[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명성교회 부목사 등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앞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26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임원회가 정치부가 반려한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 안건을 또다시 정치부로 넘겼다.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 여부를 두고 예장통합 총회와 정치부간 핑퐁게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직 복귀는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명성교회 세습을 둘러싼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명성교회 전경. 천지일보DB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 두고

임원회-정치부 서로 떠넘기기

서울동남노회 ‘친명성’ 장악

“기소위는 전원 명성 측 인사

재판국원 9명 중 7명이 친명성”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이 명성교회 부자세습을 허용해준 ‘명성교회 수습안’을 철회해달라는 안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 안건을 놓고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와 정치부가 ‘핑퐁 게임’을 하는 모습이다.

앞서 예장통합은 올해 9월 105회 총회 당시 ‘명성교회 수습안을 철회해 달라’는 헌의를 정치부에서 다룰 것을 결의했다. 하지만 정치부 실행위원회는 2차례 회의 끝에 결국 결정하지 못하고 지난 3일 “우리가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며 총회 임원회에 다시 반려했다.

안건을 넘겨받은 총회 임원회는 이를 다시 정치부로 돌려보냈다. 개신교매체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총회 한 관계자는 “정치부가 임원회에 보고한 취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돌려보냈다”면서 “(신정호) 총회장이 회의 직전 정치부원들을 만나 ‘다시 논의해서 보고하라’고 구두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예장통합 내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9월 104회 총회에서 결의된 명성교회 사태 수습안의 효력으로 김하나 목사가 담임목사직 복귀를 코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명성교회 수습안은 명성교회를 세운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의 위임목사 청빙을 2021년 1월부터 가능하도록 했다.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명성교회 수습안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지만, 예장통합 총회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는 임원회를 포함해 법리부서까지 모두 ‘친명성’ 인사가 장악하다시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 공천위원회는 지난 10일 명성교회에서 회의를 열고 기소위원 2명과 재판국원 1명을 모두 명성교회 측으로 교체했다. 특히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목사를 임의로 기소의원에서 퇴출시키고, 명성교회 부목사 출신 박모 목사와 이번 회기 공천위원장이면서 줄곧 명성교회를 지지해온 김모 목사를 집어넣었다.

뿐만 아니라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해 왔던 어모 장로가 재판국에서 퇴출되고, 그 자리에 명성교회 김모 장로가 들어갔다.

세습을 반대하는 목사들 사이에선 명성교회가 대놓고 노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총회헌법수호및법치회복을촉구하는서울동남노회소속회원연대’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통해 “서울동남노회 재판국과 기소위원회가 모두 친명성 측 인사로 채워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천위가 재판국 인사와 기소위원회 인사를 자신들 마음대로 바꿨다”며 “기소위와 재판국은 임원이나 공천위에서 선임하는 게 아니라 노회 본회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동남노회 전 노회장인 김수원 목사는 “원래 공천은 법에 따라 정기회 석상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갈아 치우는 건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강력히 지적했다.

공천 자체가 공정성을 잃었단 우려도 나온다. 이용혁 목사는 “기소위원회는 전원 명성교회 측이다. 재판국원은 9명인데, 이 중 7명이 명성교회를 지지한다. 노회가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개탄했다.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를 둘러싸고 예장통합 교단과 교인들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약 2개월 남은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담임목사 복귀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인 김정태 사랑누리교회 목사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 기념관 앞에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제115기 신학대학원 신학과 살림학우회 등 주최로 열린 ‘명성교회 불법세습 척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인 김정태 사랑누리교회 목사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 기념관 앞에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제115기 신학대학원 신학과 살림학우회 등 주최로 열린 ‘명성교회 불법세습 척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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