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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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수습안대로 김하나 목사 1년여만에 복귀

세습반대 교인들 반발, 사회법정에 무효 소송 예고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올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세습 의혹에 휩싸였던 김하나 목사가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수습안에 따라 1년 만에 담임 목사직에 복귀하면서다.

그간 세습 반대를 외쳐왔던 교인 사이에선 반발이 터져나왔다. 급기야 이들 중 일부는 교단이 자정능력을 잃었다며 사회법정에 무효 소송을 예고하는 등 명성교회 세습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한 모습이다. 

김 목사는 비대면으로 열린 명성교회 송구영신 예배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예배는 명성교회 창립자면서 김 목사의 아버지 김삼환 원로목사의 인도로 진행됐다. 김 목사는 지난 1일 정확히 0시가 되는 순간 강단에 올랐다.

단에 오른 김하나 목사는 “오늘은 공식적인 인사를 하는 시간이 아니다”라면서 “지난 1년 1개월 동안 신발 바꿔 신지 않고 교회를 지키며 기다려 준 성도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지난 주일 예배에서 구체적인 복귀 심경을 밝혔다. 김 목사는 지난 3일 1부 예배 설교를 앞두고 준비한 원고를 보면서 “한국교회와 사랑하는 교우들에게 짐을 지게 하고 마음을 어렵게 했던 모든 것에 죄송한 마음”이라며 “계속해서 우리의 낮아짐으로 그리고 더 교회다워짐으로 한국교회를 섬기고 복음을 전하며 세상을 구원하는 일에 힘써 일하겠다”고 했다.

또 “예전에도 부족했고 지금도 많이 부족하다”며 “지금부터 명성교회 교우들을 진심으로 목양하고 맡겨주신 선교 사명에 집중하겠다. 외부활동은 삼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김삼환 원로목사에 대해서는 “고난과 수고 속에서 말씀을 전하신 원로목사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원로목사님의 헌신을 통해 자리를 비운 저의 시간이 오히려 우리 교회가 영적 풍요함을 누리고 믿음의 성장을 한 전화위복이 됐던 것 같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명성교회는 교계 비판과 우려에도 부자 세습을 강행해 수년간 논란이 됐다. 논란의 시발점은 지난 2017년 11월 12일 창립자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2대 위임목사로 청빙하면서다. 이는 당시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 헌법 28조 6항 ‘은퇴한 목사의 자녀는 청빙할 수 없다’는 내용에 위반되는 것이었다.

곧바로 교단 헌법위원회에서 제동을 걸었지만, 명성교회는 교단 헌법의 허점을 노려 세습을 강행했다. 명성교회 측은 세습방지법 관련 조항에 ‘은퇴하는’이라는 문구를 들어 “김삼환 목사가 2015년 ‘은퇴한’ 이후 2017년 3월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기 때문에 세습방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교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기 때문에 김 목사를 후임 담임 목사로 청빙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단 논리를 폈다.

2019년 8월 총회재판국은 교단 헌법을 근거로 김 목사 담임 청빙은 부자세습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열린 104회 예장통합 총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안’을 통과시키면서 총회재판국 판결이 뒤집히게 됐다. 예장통합이 결의한 명성교회 수습안은 김 목사가 2021년 1월 1일부터 명성교회 위임목사(담임목사)직을 맡을 수 있게 했다. 사실상 세습을 정당화 한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이러한 결정과 관련해 교계에선 교단 헌법인 세습방지법을 스스로 짓밟고 세습을 허용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 그간 교회세습을 원하면서도 눈치를 보던 목회자들에게 빌미를 제공, 향후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교회세습을 시도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나왔다. 예장통합 총회를 향한 비판은 1년여간 이어졌다. 일각에선 예장통합이 교단 내에서 입지가 큰 명성교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냔 목소리도 나왔다. 

김 목사 복귀를 약 4개월 남긴 시점인 지난해 9월 예장통합 교단 총회가 열릴 당시,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목회자들과 교인들은 ‘마지막 기회다. 부자세습을 허용해준 명성교회 수습안을 철회해달라’고 다시금 총회에 호소했다.

그러나 예장통합 총회는 교단 총회에서 다뤄달라는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 안건을 정치부로 이첩해버렸다. 정치부 실행위원회는 2차례가 넘도록 결정을 미룬 끝에 총회가 재론동의를 하지 않아 수습안 철회를 요구한 헌의안을 다룰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김 목사의 복귀는 문제없이 진행됐다. 

김 목사가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에 복귀했지만 아직 세습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예장통합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해 준 수습안과 관련해 사회 법정에 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교단의 자정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사회 법정을 통해 바로잡겠다고 주장했다. 연대는 “명성교회 세습처럼 불법을 용인하는 현실이 지속되면 제2, 제3의 명성교회가 등장해 불법 세습을 시도하고 교단의 법질서는 무너지고 말 것”이라면서 “이번 소송을 통해 교단의 거룩한 공교회성과 헌법 질서 사회의 신뢰를 회복시키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기대한다”고 했다. 

명성교회를 둘러싼 갈등이 법정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교인 간 갈등 봉합은 올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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