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북한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조국해방전쟁 승리(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백두산 기념 권총 수여식에서 군 주요 지휘성원들에게 백두산 기념권총을 수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2020.7.27 (출처: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북한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조국해방전쟁 승리(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백두산 기념 권총 수여식에서 군 주요 지휘성원들에게 백두산 기념권총을 수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文대통령과 남녁 동포에게 미안한 마음”

전문가 “후폭풍에 北당혹… 南여론 진정 의도”

“친서 교환, 남북 정상 신뢰 확인하고 있다는 것”

北빠른 대처, ‘10월 서프라이즈’ 포석이라는 관측도

“北사과, 남북관계 반전 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남측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직접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던 남북관계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들끓는 여론으로 수세에 몰렸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지만, 민간인 총격 사살과 시신 훼손이라는 이번 사건의 성격 때문에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공개 사과는 우리 정부가 공무원 피살 사건을 발표한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나온 것인데, 그 의중은 무엇인지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수는 있을지 짚어봤다.

◆北최고지도자 이례적 ‘직접’ 사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이날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면서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감시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과정의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해상에서 단속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 측은 북남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면서 “지도부는 이런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것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시었다”고 덧붙였다.

통전부 차원의 유감 표명과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사과 메시지까지 담았는데, 그간 전례를 보면 북한으로선 사실상 최고 수위의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통지문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번 사과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는 점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다’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며 “예상치 못하게 커진 후폭풍에 북측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 같다. 남측 여론을 진정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남북 정상 주고받은 친서도 공개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우리 8000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우리가 어떠한 도전과 난관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일 것”이라며 “매일이 위태로운 지금의 상황에서도 서로 돕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동포로서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고 함께 이겨낼 것”이라고 위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코로나19와 태풍 등을 언급하고 “어려움과 아픔을 겪고 있는 남녘과 그것을 함께 나누고 언제나 함께 하고싶은 나의 진심을 전해드린다”며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화답했다.

앞서 지난 6월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 삼아 남측과의 대화 채널을 완전히 끊었지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하는 등 물밑으로는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된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다 끊어졌다고 했는데 가동이 된 것 같다. 핵심은 지난 4.27 판문점 선언 때 만들어진 청와대와 노동당 청사 간 핫라인(직통전화)인데 중단된 상태”라며 “국정원과 북한 통전부 간에 라인이 재가동됐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친서 교환을 통해 양 정상 간 신뢰를 확인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해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CG)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출처: 연합뉴스)

◆북한 의도는?… ‘남북관계 관리 필요’ 판단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를 두고 ‘남북관계의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데 대체적으로 입을 모았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은 그간 남북관계 개선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면서 “통지문을 보면 해명을 통해 사실과 다른 부분을 부각시키고 있다. 남측의 여론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통화에서 “북한은 단순한 문제로 여기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이 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며 “남측의 반향이 워낙 뜨거운데다 파장이 커지니 사태를 빨리 수습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진단했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제제에다 코로나19, 수해까지 삼중고에 처한 북한이 이런다고 해서 좋을 일이 뭐가 있겠느냐”라며 “대북지원 없으면 북한은 생존할 수 없는 구조다. 남측이나 국제적인 여론을 환기시키고자 했던 측면이 크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발빠른 대처는 11월 미 대선 전 북미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 연구위원은 “10월 초로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북미 간 물밑 접촉도 거론되는 터라 미국의 행보를 의식했을 것”이라며 “최근 북한은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 북미회담) 가능성을 뉴욕채널을 통해 탐색하고 있다는 정황들이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면 이런 모든 기회가 상실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조기 수습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소장도 “북한은 10월 서프라이즈 등 모종의 북미관계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자신들이 그리는 로드맵에 이번 사건이 걸림돌이 될 수 있던 터라 빠른 사과로 덮어버리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 전망… “미 대선 전 변화 없을 듯”

남북관계의 향후 전망과 관련해 안 소장은 “북측은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 전까지는 남북관계에 별다른 변화를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는 다음 달 10일 당 창건 기념일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고 방역이나 수해 복구에 주력하는 등 내치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북한의 행보는 미 대선 결과와 내년 1월 당 대회를 거쳐야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봐진다”면서 “예단할 순 없지만 그때까지는 지금과 같이 유지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북한의 ‘사과’ 정국을 남북관계의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북한의 통지문 내용과 우리 군 발표와는 다른 점이 많은데, 구체적인 후속 조치 등을 통해 실무적인 대화가 이뤄질 경우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남북 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순 없겠지만, 북한의 대처를 최대한 활용해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살려야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 남북이 뭔가를 끌어내는 게 좋은데, 남북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원하기만 하는 것과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분석만 하는 것보다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실제 뭘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보낸 통지문에 대한 평가도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이것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초점을 맞춰 나가는 것이 보다 더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일례로 북한이 보낸 통지문을 보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둘러싼 남북 간 설명이 서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남북이 함께 진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남북공동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남북이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남북이 접촉면을 넓히더라도 남북관계가 추동력을 받기 위해선 여론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싸늘해진 민심을 달래는 데는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까지 이뤄져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 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사과뿐만 아니라 남북 공동조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까지 가야하고, 나아가 해상 불법행위 단속정보 공유체계 등이 수립돼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향후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북한 통지문만으론 악화된 국내 여론을 돌려세우기 어렵다는 점도 추가 조치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조한범 연구위원도 “북한이 원만한 처리를 위해 책임자 처벌까지 나선다면 남북관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 “게다가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 양측 간 공조까지 이뤄지면 남북관계의 단초가 되는 등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영해 지키는 해군 함정(연평도=연합뉴스)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측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일 이 공무원이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이 보이는 우리 영해에서 해군 함정이 이동하고 있다.
(연평도=연합뉴스)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측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일 이 공무원이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이 보이는 우리 영해에서 해군 함정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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