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018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18.4.27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018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DB

文대통령 “생명존중 의지에 경의”

김정은 “좋은 일 하루빨리 오길”

野 “‘실수’라고 편들려는 건가” 질타

전문가 “정부 대북정책 방어 수단”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공개한 가운데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6일 청와대에 따르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피격 사건과 관련한 북한의 통지문을 공개한 후, 2시간 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친서 내용을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알리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서한에서 “국무위원장께서 재난의 현장을 직접 찾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피해복구를 가장 앞에서 헤쳐 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깊은 공감으로 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무위원장님의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8000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우리가 어떠한 도전과 난관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이라며 “부디 국무위원장께서 뜻하시는 대로 하루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12일 답신에서 “대통령께서 지니고 있는 국가와 자기 인민에 대한 남다른 정성과 강인한 의지와 능력이라면 반드시 이 위기를 이겨내실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는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어려움과 아픔을 겪고 있는 남녘과 그것을 함께 나누고 언제나 함께 하고 싶은 나의 진심을 전해드린다”면서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은 건 지난 3월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구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청와대 전경 모습.ⓒ천지일보 2020.1.10
청와대 전경 모습. ⓒ천지일보DB

청와대가 이같이 친서를 공개한 데 대해선 이례적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청와대는 그간 외교적 관계라는 이유를 들어 친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에 친서를 공개한 데 대해 피격 사건의 국면을 전환하기 노림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피격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북한이 고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종전선언’을 주장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수정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이번 친서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피격 사건의 파장을 우려해 북한 통전부(통일전선부)를 통해 통지문을 보냈고, 우리 정부도 국민의 분노가 부글부글 끓으니깐 친서를 공개해 국면 전환을 해보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 국민은 적어도 북한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이 김정은의 간접사과 정도로 넘어갈 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국내의 악화된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일종의 방어수단으로 친서를 공개했다”면서 “남북 정상 간의 우대가 있기 때문에 우리 대북정책이 실패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야당은 ‘물타기’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북한이 통지문을 보내자마자 청와대에서 그간 오간 친서까지 난데없이 공개했다”면서 “우리 국민이 무참히 짓밟힌 초유의 사태를 친서 한 장, 통지문 한 통으로 애써 덮고 ‘실수’였다고 편들어주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피격 사건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다”고 밝히면서 냉각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신속하게 사과에 나선 데다, 친서 교환을 통해 남북 간 소통채널이 유효하단 걸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북한 통지문을 통해 확인했듯 사살된 공무원의 월북 의사, 시신 훼손 등에 대한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군의 민간인 사살 사건을 유야무야 덮어두고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신 센터장은 “결국 북한의 행보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간 남북관계는 좋았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의 생명을 앗아갔다”면서 “이런 식의 남북관계를 계속 반복해봤자 의미가 적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면서 남북관계를 만들어야지, 북한에서 조금만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만족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군은 24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사살·화장 사건과 관련, 해당 공무원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피격 사망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출처: 뉴시스)
군은 24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사살·화장 사건과 관련, 해당 공무원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피격 사망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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