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北협상조건, ‘적대시정책’ 철회돼야”

갈루치 “北김계관 성명, 태도 지나쳐”

전문가 “연내 실무협상 가능성 낮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미 간 비핵화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북한 고위 관료들이 미국에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라’는 압박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한미 군 당국의 군사훈련 연기 조치로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등 연일 고삐를 죄는 형국이다. 다만 미국에 대한 ‘지나친 몰아치기’는 협상 테이블이 깨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7일 한국과 미국은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조만간 만나자”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또한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전날인 18일 러시아 방문길에 나섰다. 북미 비핵화협상 재개를 앞두고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과시하면서 미국의 협상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19일인 이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면담한 뒤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 성공을 위해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못박은 협상 시한인 연말을 앞두고 북미 간 신경전이 거세지는 등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는 양상이다. 북미 양측이 비핵화협상과 관련한 접점을 연내에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협상의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정책의 철회를 연이어 요구하고 있다. 향후 있을 협상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담화를 내고 “미국이 말끝마다 비핵화협상에 대해 운운하고 있는데, 조선반도 핵 문제의 근원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되기 전에는 그에 대해 논의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비핵화협상에 앞선 미국의 ‘선 행동’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출처: 뉴시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출처: 뉴시스)

전날인 18일에는 김계관 외무성 고문도 미국을 향해 “진정으로 우리와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우리를 적으로 보는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해야 한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조만간 보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선 “새로운 조미 수뇌회담을 시사하는 의미로 해석했다”면서도 “적대정책 철회가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조건”이라고 재차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의 군사훈련 중단 결정을 놓고는 “우리가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남조선과의 합동 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자체를 완전히 중지하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미국의 대북인권결의안 참여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김 고문은 “미국이 조미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어째서 대화상대방인 우리를 모독하고 압살하기 위한 반공화국 인권 소동과 제재 압박에 그처럼 악을 쓰며 달라붙고 있는가”라고 쏘아붙였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북한의 경우 다소 느긋한 입장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탄핵조사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 내지는 이용하려는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재선을 위한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터지는 등 현재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선 북한과의 비핵화협상 성과물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시사하는 발언에도 북한이 지나친 요구로 맞선다면 ‘대화의 끈’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이날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낸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미북 대화 환경 조성을 위한 한미 군 당국의 군사훈련 연기 조치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성명에 반영된 태도는 지나쳤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외교적 성과로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유지하려면 북한에 추가 양보를 해야 한다는 북한의 판단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누구라도 자신이 북한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생각을 하도록 용인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에 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관련 질문에 “북한이 적대시정책 철회를 선제적으로 내세운다면 협상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일축하면서 “만일 협상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이 같은 해석에 동의하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대북 적대시정책이 뭔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도 않고 무조건 양보하라는 건데 미국이 수용하기 쉽지 않다”면서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도 더는 양보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답변했다.

(평양 AP=연합뉴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6주기인 17일 평양의 만수대 언덕에서 시민 등이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에 절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최룡해를 비롯해 박광호, 리수용, 김평해, 태종수 등 당 간부들이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5주기인 지난해까지 매년 김정일 사망 당일 이 곳을 참배했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참배 여부 등 동향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평양 AP=연합뉴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6주기인 17일 평양의 만수대 언덕에서 시민 등이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에 절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최룡해를 비롯해 박광호, 리수용, 김평해, 태종수 등 당 간부들이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5주기인 지난해까지 매년 김정일 사망 당일 이 곳을 참배했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참배 여부 등 동향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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