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구밀복검(口蜜腹劍)
[고전 속 정치이야기] 구밀복검(口蜜腹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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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의 속내는 아무도 모른다. 친한 척, 가까운 척, 충성스러운 척, 올곧은 척 접근하여 적절한 기회를 노리다가, 일단 기회가 보이면 몰래 공격하거나, 중상하거나, 위해를 가하면서 하나씩 나누어서 공격해온다. 시세에 따라 공격이 잇따르면 지지자들의 연대도 무너진다. 당현종 시대의 유명한 간상 이림보(李林甫)가 대표적이다. 재상이 된 이림보는 재능과 공적이 자기보다 윗길인 사람이 현종의 총애를 받거나 관직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미리 제거했다. 특히 시기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문학적 재능으로 관직에 오른 사인들이 그의 공격목표였다. 그는 항상 겉으로는 그들에게 우호적이었지만, 속으로는 어떻게든 해칠 음모가 가득했다. 사람들은 그런 이림보를 입에는 꿀을 머금고, 뱃속에는 칼을 숨겼다고 말했다.

현종이 근정루에서 음악과 춤을 감상하고 있었다. 마침 병부시랑 노현(盧絢)이 채찍을 휘두르며 누각 아래로 지나갔다. 노순은 미남인데다가 풍채도 아름다웠다. 현종은 노순의 멋진 모습에 감탄했다. 이림보가 노현의 아들을 불러서 말했다.

“자네 부친은 평소에 명망이 높다. 지금 교주와 광주에 유능한 사람이 필요하다. 황상께서 자네 부친을 보내려고 한다. 가야하는 것이 좋을지 가지 말아야할지 모르겠지? 만약 멀리 가는 것이 두려우면 관직에 내려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려면 태자빈객이나 첨사의 신분으로 동궁의 관리가 되어야 한다. 그 자리도 특혜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겁을 먹은 노현이 태자빈객이나 첨사로 임명해달라고 자청했다. 이림보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핑계로 노현을 화주(華州)자사로 임명했다. 얼마 후 노현에게 병이 있어서 일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무고하여 첨사, 원외동정으로 임명했다. 현종이 이림보에게 물었다.

“엄정지(嚴挺之)가 어디에 있는가? 그를 중용하고 싶다.”

당시 엄정지는 강주(絳州)자사였다. 이림보가 엄정지의 아우 엄손지(嚴損之)를 불렀다.

“황상께서는 자네 형을 매우 중시하신다. 기회를 어찌 잃겠는가? 풍질에 걸렸으니 상경하여 치료하겠다고 상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엄정지의 상주문을 본 이림보다 현종에게 풍질에 걸린 엄정지에게 한직을 맡기자고 건의했다. 현종은 아쉬웠지만, 엄정지를 첨사로 임명했다. 얼마 후 다시 엄정지를 변주(汴州)자사, 하남채방사 제완(齊浣)을 소첨사로 임명했다. 두 사람은 모두 동경에서 병을 치료했다. 제완도 상당한 명망을 누리다가 이림보의 시기를 받았다.

간상 이림보는 누구도 모르는 몇 단계의 공격으로 정적을 몰아냈다. 상대를 각개 격파할 때는 늘 현종의 생각과 정치적 입장을 감안했다. 시세에 따라 겉으로는 현종을 잘 받드는 것처럼 보이면서 속으로는 자기에게 유리한 조치를 취하며 양면삼도(兩面三刀)를 휘둘렀다. 잇따른 공격을 가하자 정적들은 그가 설치한 함정으로 하나씩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림보의 권력을 위협하는 잠재적 정적들은 노현과 엄정지가 걸려드는 것을 보고 감히 공개적으로 대들 수 없었다. 이러한 공격은 모두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우선은 현종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철저히 파악했다. 그것을 이용하여 정적의 임용과 승강이라는 칼자루를 잡은 후에 각자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 둘째는 노현의 아들과 엄정지의 아우에게 현종이 관심을 보인다는 명분으로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했지만 사실은 스스로 자신의 약점을 털어놓게 만들어 위해를 가했다. 셋째는 황제가 중용 또는 승진시키려는 정적에 대해 병에 걸렸으니 중용하거나 승진시켜도 임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무고했다. 황제는 아쉬웠지만 자기의 생각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넷째는 상대를 한직으로 보내 현종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문제는 피해를 입은 사람이 오히려 감사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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