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표리부동(表裏不同)
[고전 속 정치이야기] 표리부동(表裏不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곽약사(郭藥師)는 약국의 경영자가 아니다, 그는 12세기 초, 한족의 정권 송이 거란족의 요, 탕구트족의 서하, 여진족의 금 등 이민족과 힘겨운 싸움을 펼치던 격동의 시대에 활약했던 장군이다. 지금의 요령성 개평인 발해 철주 출신이다. 혼란의 시대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곽약사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의 전기는 송사, 금사, 대금국지 등 역사서에 등장하지만 정확한 생몰연대는 모른다. 요의 천조제 천경6년(1116), 발해인 고영창(高永昌)이 요동의 50여개 주를 차지하고 칭제했다. 요가 토벌하자 여진이 고영창을 지원했다. 요군은 심양에서 여진군에게 대패했다. 요의 연왕 야율순(耶律淳)은 요동의 한족 장정 2만 8000명을 모아 여진에게 보복한다는 뜻으로 ‘원군(怨軍)’이라고 불렀다. 8개의 대대로 편성했는데, 곽약사는 대대장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곽약사는 이렇게 역사에 등장했다.

요가 편성했지만 원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걸핏하면 반란을 일으켰다. 해산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만만치는 않았다. 요가 금에게 망하자, 야율순은 남경에서 칭제하고 북요정권을 세웠다. 원군은 상승군(常勝軍)으로 개편되었다. 곽약사는 당당한 용모와 탁월한 지도력을 갖추었다. 막강한 여진군을 상대로 여러 차례 전공을 세우자 야율순은 그에게 상승군을 맡겨 탁주를 지키게 했다. 곽약사는 나중에 중앙아시아로 이동하여 서요를 세운 야율대석(耶律大石)과 함께 북요의 기둥이었다. 송의 동관(童貫)이 북요를 공격했지만 대패했다.

상승군을 우대하던 야율순이 죽자, 북요의 정권을 잡은 소후(蕭后)와 소간(蕭干)은 한족으로 구성된 상승군이 변심할까 두려웠다. 곽약사는 송에 투항했다. 북요는 중요한 무장세력을 잃었다. 송은 투항할 때 강렬한 민족의식을 보였던 곽약사가 북요의 사정에 밝기도 했으므로 북방을 지키게 했다. 송은 여진과 해상지맹을 체결하고 요를 협공하기로 했다. 곽약사는 송을 부추겨 연경을 일시 점령했지만, 송군의 군기문란과 그릇된 민족정책으로 반격을 받아 간신히 탈출했다. 송의 연경수복은 물거품이 되었다. 송이 연경을 그대로 차지했다면, 이후에 중국인이 가장 치욕으로 여기는 정강지변(靖康之變)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연경은 나중에 금군이 차지했다. 금은 연경과 부근 6주를 송에게 주는 대신 엄청난 재물을 요구했다. 송이 수락하지 않자, 금군이 남침했다. 이 시기에 5만으로 늘어난 상승군은 송의 복장을 착용하지 않고, 과거처럼 요의 복장을 착용했다. 사람들은 곽약사를 안록산과 같다고 말했다.

곽약사는 상승군을 이끌고 백하에서 금군을 막았다. 그러나 부장의 배신으로 궁지에 몰리자, 다시 한 번 다른 길을 선택하여 금에 항복했다. 금태종은 그에게 국성인 ‘완안(完顔)’을 하사했다. 완안약사가 된 그는 금군의 선봉이 되어 송의 수도 변경을 공격했다. 곽약사는 송에 있을 때 말을 사육하던 모타강에서 공놀이를 한 적이 있었다. 모타강에는 말 2만필과 엄청난 사료가 있었다. 금군이 그것을 모두 차지했다. 변경을 함락하지 못한 금군은 화의를 체결하고 철수했다. 금군이 납폐와 할지에 관한 일을 모두 처리하고 돌아올 때까지 곽약사가 송의 사정을 예측한 것이 모두 적중했다. 그러나 금은 철수한 후 곽약사의 상승군을 탈취했다. 곽약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감옥에 갇혔다가 석방되었다. 재산은 모두 좌부원수 완안종한이 차지했다. 대금국지에서는 이 사건을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대금이 편의에 따라 그를 등용했지만 어찌 본심을 의심하지 않았겠는가? 상승군과 무기를 빼앗고 가산까지 몰수했는데도 살아남은 것이 다행이다.”

이후로 곽약사에 대한 기록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나중에 금의 마지막 군주 해릉왕이 즉위하자 곽약사의 아들이 성을 되찾아 곽안국이 되었다. 한족은 곽약사를 표리부동하고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한다. 난세에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