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팀에 메신저 대화 캡처 파일 넘겨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김동원(49, 구속)씨에게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재벌개혁 정책 공약 자문을 요청한 정황이 발견됐다.
31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은 지난 30일 드루킹의 휴대용저장장치(USB)에서 드루킹과 김 지사가 보안 메신저 프로그램 ‘시그널’을 통해 자문 요청을 주고받은 대화 내용 화면 캡처 파일을 확보했다.
드루킹은 올 3월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자신의 모든 활동 기록을 USB메모리에 저장해 뒀다가 최근 특검팀에 제출했다.
지난해 1월 5일 당시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드루킹님 혹시 내일 약속을 점심으로 변경해도 괜찮겠느냐”고 묻자 드루킹은 “제가 준비해 가야 할 것이 있으면 미리 말씀해 달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를 러프하게라도(대략적으로라도) 받아볼 수 있을까요? 다음 주 10일에 (문 대통령이) 발표 예정이신데 가능하면 그 전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포함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목차라도 무방합니다”라고 요청했다. 이에 드루킹은 “20일쯤 완성할 생각으로 미뤄두고 있어서 준비된 게 없습니다만 목차만이라도 지금 작성해서 내일 들고 가겠습니다. 미흡하면 주말에라도 작업해서 추가로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다음 날 드루킹에게 여의도 국회 앞 한 식당을 예약해놨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볼 때 이들이 실제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지사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이자 유력 대권 후보였던 문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메신저 대화 내용처럼 나흘이 지난 1월 10일 문 대통령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포럼에서 ‘재벌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대기업 등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보장과 함께 집중투표제 등 상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중 집중투표제가 드루킹의 재벌개혁 정책 초안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기조연설이 끝난 직후 문 대통령의 연설문을 드루킹에게 보내면서 “오늘 문 대표님 기조연설에 대한 반응이 어떤가요?”라고 묻자 드루킹은 “와서 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는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주고받은 메시지들의 정황으로 볼 때 김 지사가 이날 드루킹의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산채)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주 내로 특검팀이 김 지사를 소환할 것으로 예상돼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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