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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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부, 남수단서 신도 성폭력 시도

피해자 “성당 내 이런 문제 많다”

수원교구, 상처 받은 피해자에 사죄

기독교, 성폭력센터 개소 미투 확산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종교계를 강타했다. 천주교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여 신자가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의 신부가 속한 천주교 수원교구는 피해자와 신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사죄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25일 교구장인 이용훈 주교 명의의 ‘수원 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주교는 “교구장으로서 사제단을 잘 이끌지 못한 부덕의 소치로 이러한 사태가 벌어져 그동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피해 자매님과 가족들 그리고 교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최근 많은 여성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고발함으로써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부도덕한 행위가 밝혀지고 있는데 이러한 그릇된 행위는 교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릇된 것들을 바로 잡아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수원교구 신도 김민경씨는 최근 지상파 방송에 나와 지난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한모 신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수원교구는 한모 신부의 성무(성직지가 행하는 모든 활동)를 곧바로 정지시키고 정직 처분과 함께 자체적으로 진상 조사에 나섰다.

김씨에 따르면 한 신부는 어느 날 식당 문을 잠그고 김씨에게 강간을 시도했다. 강하게 저항한 김씨는 그 과정에서 눈에 멍이 들기도 했다. 다음날 한 신부의 후배 신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그 어떤 조치도 뒤따르지 않아, 사실상 성폭력 시도가 은폐됐다.

교황청도 사제들의 성추행 파문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바티칸 서열 3위 재무원장이자 호주가톨릭 교단의 최고위 성직자인 조지 펠 추기경이 아동 성범죄 혐의로 기소돼 소송 중이다. 또한 유럽, 미주, 남미 등의 사제들이 수십 년간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빠트렸다.

천주교에서 부제(사제를 돕는 성직자) 이상 서품을 받은 자는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독신서약을 한다. 하느님만을 따르고 몸·마음을 온전하게 바친다는 서약이다. 정결과 청빈·순명(순종)의 서약인 이 종신서원은 스스로의 약속이 아닌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철저한 다짐이다. 천주교 성직자가 만약 이 서약을 어기면 모든 성사(聖事)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경우에 따라 파문의 중벌을 받게 된다. 천주교는 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문헌으로 ‘독신제(사제의 임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 16항)’를 명시했다.

김씨는 7년여 동안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최근 미투 운동에 힘을 얻어 성추행을 사실을 알렸다. 종교를 성역화하는 조직문화와 내부 비리를 덮는 것을 당연시하려는 분위기가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씨 또한 수많은 성폭력 피해가 천주교 내에서 은폐·축소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성당) 안에서 이런 문제가 상당히 많다. 나도 미투 운동이 없었다면 아마 무덤까지 가져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나처럼 침묵하지 말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실제 종교인 성범죄가 다른 조직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검거된 전문직 성폭력 범죄자 5261명 중 성직자(681명)가 1위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수년간 전문직 성범죄율 1위를 고수하면서 종교지도자는 聖직자가 아닌 性직자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종교계의 성범죄는 대부분이 성직자의 막강한 권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피해 사실을 공개할 경우 조직 내에서 피해자를 ‘꽃뱀’이나 ‘이단’으로 취급하는 것이 허다하다.

개신교계에서도 용기를 얻은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폭행 사례를 모으고 피해자를 돕는 기독교반(反)성폭력센터가 오는 7월 개소할 예정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성폭력센터 개소에 앞서 내달 2일 ‘교회 내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열어 미투 운동 확산에 힘을 보탠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전병욱 목사 사건 이후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하지만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를 처벌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며 “교단 내 성폭력 문제 대응 기관 역시 없는 실정이다”면서 센터 설립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은 지난해 12월말 ‘10대 이슈 및 사회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다섯 번째 이슈로 ‘목회자 성폭력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김대진 연구위원은 “목회자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범죄에 대한 제도와 정책 확립이 필요하다”며 “교회 내 성폭력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총회 차원의 적극적인 자세가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미투 운동이 종교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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