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 난민은 1612만 1427명이다. 1분에 24명꼴로 난민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 뉴시스)
유엔난민기구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 난민은 1612만 1427명이다. 1분에 24명꼴로 난민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 뉴시스)

난민불인정결정 취소… “포교활동 알려져 우려”
이란인 “지인도 경찰 당국 구타로 숨졌다” 호소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 체류 도중 이슬람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한 이란인 불법체류자에 대해 법원이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독교인을 체포·구금하는 이란 본국에 돌아갈 경우 박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수원지법 행정5부(부장판사 박형순)는 이란인 A씨가 화성외국인보호소를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5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이란에서 아버지와 함께 슈퍼마켓을 운영하다가 2000년 10월 물품구매를 위해 한국에 단기 체류자격으로 입국했다. 하지만 체류기간이 지나서도 출국하지 않고 공장 등에서 일하며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경기도에서 생활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이란인 친구로부터 B교회를 알게 돼 2006년 교인으로 등록하고, 2010년에는 세례를 받는 등 이슬람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했다. 그러나 그는 2016년 8월 불법체류 혐의로 적발돼 강제퇴거명령을 받았다.

이에 A씨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보호소는 “불법체류자로 적발된 이후에야 난민 신청을 했고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전도활동을 하지 않은 데다 이란에서도 박해라고 부를 만한 차별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법무부에 낸 이의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행정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내가 전도해 세례를 받았던 지인도 이란으로 강제퇴거된 후 경찰 당국의 구타로 숨졌다.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며 난민으로 인정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는 상당한 기간 B교회에 다녔고 다수의 이란인을 교회로 데려오는 등 적극적인 종교활동을 했다. 또한 지난해 이 교회의 회지 가을호에 인터뷰와 사진이 수록되는 등 원고의 신앙생활이 객관적으로 공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어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의 보고서와 법무부의 이란에 대한 국가정황자료집 등에 따르면 이란인이 단순히 개신교로 개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포교활동까지하면 이란 정부에 의해 임의적인 체포와 심문을 당할 우려가 있고 신체적·정신적 고문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같이 한국에 살면서 개신교로 개종한 이란인 불법체류자에 대해 ‘종교적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은 지난해 10월에도 있었다.

당시 법원은 이란인 A(14)군 가족이 “A군을 난민으로 인정해달라”며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정환 판사는 판결 이유에 대해 “기독교인임을 숨기고 이란에서 생활한다면 박해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 경우 종교의 자유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 또한 박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지난 4년 동안 한국 정부에 난민을 신청한 사람은 2만 3312명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그러나 실제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같은 기간 425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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