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 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에 대한 네 번째 공판에서 곽 전 사장은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처음에는 한 전 총리에게 3만 달러, 야당 유력 인사에게 2만 달러를 줬다고 했다가 다시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고 나중에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줬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두고 한 전 총리의 변호인 측은 “처음 진술에서는 오찬을 함께한 후 산업자원부 차관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석탄공사 사장으로) 지원을 했다고 했는데 그 후 작성된 조서에서 전화 이후 지원, 오찬의 순서로 진술이 변경됐다”며 “강동석 장관 수첩에서 오찬일이 2006년 12월 20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진술을 바꾼 것이 아니냐”며 증언 내용이 바뀐 시점을 거론하며 곽 전 사장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곽 전 사장은 “진술이 바뀐 것이 아니라 2007년부터 수술을 많이 받으면서 전신 마취 등으로 기억력이 떨어졌다”면서도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한다. 어떻게 저렇게 말했지? 정신이 없네요”라고 말했다.
곽 전 사장이 검찰에서 여러 차례 말을 바꾼 것이 드러나게 된 셈인데 3만 달러 진술이 나왔을 때 곧바로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검찰은 “처음 곽 전 사장이 3만 달러를 줬다고 했을 때 날짜나 사건의 선후, 관련자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했고 피내사자가 전직 총리로 정치인의 명예훼손 문제도 있어 확인해 보고 하자는 취지로 조서를 작성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후 곽 전 사장이 5만 달러를 줬다고 말을 바꾸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황을 제시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사 청탁의 이유에 대해서도 곽 전 사장의 진술은 검찰 조서와 엇갈렸다.
곽 전 사장은 “내가 인사 청탁한 적은 없다. 내가 (한 전 총리에게 인사) 청탁을 할 위치도 아니고 그럴 필요성도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변호인이 산업자원부로부터 석탄공사 사장 지원 권유가 온 것이 한 전 총리에게 자리를 부탁한 결과라는 주장의 이유에 대해서 묻자 곽 전 사장은 “오해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필링(feeling, 느낌)이 왔다”고 대답해 검찰을 당혹스럽게 했다.
곽 전 사장은 “내가 검찰을 떠났다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평소에 고마워서 (5만 달러를) 갖다 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서 변호인은 선거관리위원회 신고를 위한 자료를 통해 곽 전 사장이 2004년 총선 당시 한 전 총리에게 후원금 100만 원을 냈으며,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의 아들 결혼식 때 10만 원의 축의금을 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변호인은 “곽 전 사장이 2004년 총선 당시 한 전 총리에게 은행 계좌로 100만 원을 송금했으며 이에 대한 후원금 영수증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곽 사장은 “100만 원은 기억나지 않고, 1000만 원을 주려고 갔다가 못 주고 왔다”고 답했다.
한편 한 전 총리 재판에 대해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곽 전 사장이 오락가락, 갈팡질팡 진술로 ‘떡검’을 망신주자 이명박 청와대가 다급한 모양”이라며 “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를 죽이려고 검찰을 앞세우더니 미덥지 않은지 이제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려는 모양”이라면서 언론을 통해 보도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한 전 총리 사건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내용을 거론했다.
이어 그는 “익명의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한 전 총리가 실정법상 무죄를 받더라도 골프채 부분 등에서 도덕적 의혹은 정리되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시장감으로선 큰 흠’이라고 지적한 것은 명백한 선거개입이고 재판개입”이라고 지적하며 “피의사실도 아니고 진실이 밝혀지지도 않은 검찰의 주장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비난하는 것도 잘못이고, 결국 이런 발언이 선거개입에 목적이 있음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