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열차 출입문 고장으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하철 문 열리지 않아 시민이 직접 열고 나와
군인·타직종 투입 논란… 노조 “무리한 운행 중단”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대체기관사가 운행하던 서울 지하철 1호선 열차가 고장 나 1시간째 운행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지하철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철도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대체인력의 피로도 누적으로 자칫 대형사고도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7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분께 코레일 소속의 인천행 열차가 종로3가역에서 출입문 표시등 점등불능 등 고장을 일으켜 멈춰 섰다.

이 과정에서 전동차 출입문이 14분째 닫혀있자 한 승객이 수동으로 출입을 열고 내렸고 이를 조치하는 과정에서 열차 시동이 걸리지 않아 열차 운행이 계속 지연됐다. 21일째 이어지고 있는 코레일 파업 탓에 사고 열차는 대체기관사가 운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기관사 대체자는 군인이었으며 차장은 정보기술단 소속의 직원이었다.

이날 지하철 문이 닫혔는데도 닫혔다고 표시가 되지 않아 이를 들여다보느라 제때 출발하지 못해 운행이 1시간가량 지연됐다. 이 때문에 서울 북부에서 인천·수원 방면으로 출근하는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철도파업이 20일 넘게 장기화하면서 수도권 전철 등에서 열차 사고와 고장은 물론 직원 운행 미숙함이 곳곳에서 드러나 시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대체인력 관련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일에는 차장이 대체인력인 소요산행 1호선 열차에서 출입문 취급 미숙으로 승객 2명이 팔목과 어깨가 출입문에 끼어 경상을 입었고 16일에는 용산발 여수행 KTX열차의 대체 승무원이 발차 도중 출입문을 개방해 열차가 비상 정차했다.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지난달 27일에도 오후 6시 39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쌍문역에서 열차가 승객을 내리지 않고 출발하는 사고가 나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 쌍문역 승강장으로 들어온 코레일 소속 4322 열차가 정차 위치를 벗어나 정치해 열차 문을 열었지만 승강장 안전문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열차에 탄 승객은 내리지 못하고 승강장에 있던 시민도 열차에 타지 못했다.

열차는 승강장 안전문이 열리지 못한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대로 문을 닫고 출발했다. 이 차량을 운전한 기관사 역시 파업으로 대체투입된 기관사로 확인됐다.

파업이 더 길어지면 대체인력의 피로도 누적으로 우려하던 인명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시민 한 명이 목숨을 잃은 전례가 있다.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내리던 84세 승객이 열차 문에 끼었지만 전동차 기관사는 이를 모른 채 출발했고 100m 이상 끌려가 공사 중이던 스크린도어에 부딪혀 숨졌다. 사고 당시 24시간 교육만 받은 채 대체인력으로 투입돼 출입문 개폐 조작을 맡았던 전철 차장은 한국교통대 철도대학 1학년 학생이었다.

철도노조는 “공사가 대화가 아닌 힘으로 노조를 누르기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해 무리하게 철도 운행률을 높이면서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노조와 교섭을 하면 노동쟁의가 해소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코레일이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파업 직후 1000명 이상의 기간제 직원을 채용해 대체인력으로 활용하고 이들 대체인력에 대한 안전교육을 충분히 한 뒤 현장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지난달 27일 파업 시작 후 수차례에 걸쳐 실무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참가 노조원 수는 7300명 정도로 파업참가율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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