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이 이른바 핵탄두 실험을 단행함으로써 드디어 핵무장이 완성되는 수순에 들어섰다. 파키스탄은 6차례의 핵실험으로 핵무기를 완성한 데 반해 북한은 다섯 차례로 그 기간을 단축한 셈이다. 국제사회의 일치된 반대에도 김정은은 여러 차례 핵실험 협박을 했는데, 이른바 9월 9일 9시 북한 정권 수립일을 맞아 강행한 것이다. 1차 핵실험이 2006년 10월, 2차가 2009년 5월, 3차가 2013년 2월, 4차가 올 1월이었음에 비춰볼 때, 2~3년 이던 핵실험 주기가 불과 8개월로 단축됐다. 이는 김정은 체제 이후 핵무기 개발이 가속되고 있으며, 실제 핵무기 보유와 실전 배치도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묵과하지 말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5차 핵실험 도발은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제2270호가 채택, 실행 중인 가운데 이뤄졌다. 이번 대북 제재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봉쇄’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중국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 동참으로 상당한 효과도 보고 있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이를 조롱이라도 하듯 대놓고 핵실험을 한 것이다. 이는 기존 방식의 대북 제재와 봉쇄만으로는 실효성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북한 핵무기가 시한폭탄이 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내부적으로 안보 태세를 확고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론 분열과 안보 님비(NIMBY) 현상은 이에 역행하는 것이다. 심지어 북핵 문제를 남의 일처럼 여기며 불구경하는 듯한 분위기마저 없지 않다. 정부와 군 당국부터 정신 차리고, 야당은 안보에 관한 한 초당적 협력에 앞장서야 하며, 국민도 북핵 한 방이면 번영도 복지도 날아간다는 엄중한 현실임을 깨달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대외적으로는 국제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번 핵실험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나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질서를 깨뜨린 행위란 점을 명백히 하고, 국제사회의 협조를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통한 더 강력한 대북 억지력 확보가 화급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북 전략을 새로이 하는 일이다. 봉쇄의 한계가 입증된 만큼 이젠 ‘레짐 체인지’ 외(外)에 대안 없음이 확인됐다. 레짐체인지 방안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북한 내부에 외부 정보를 유입해서 김정은 체제를 흔들겠다는 내용의 대북정보유입보고서를 최근 미 의회에 제출했다. 한국도 지난 4일 북한인권법이 발효됨으로써, 대북 정보유입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제 한·미 공조로 대북 ‘정보 폭탄’을 제작·유포, 김정은 체제에 대한 허물기를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안보에 관한 한, 더 이상 좌고우면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
북한의 핵무장이 우리에게 최대의 위협이라면 우리 역시 북한에 최대의 위협이 되는 비대칭전력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6일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 우리는 휴전선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것으로 북한을 제재했다.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의 돈줄은 크게 악화됐다. 이제 휴전선 확성기 방송은 전 전선에서 즉각 재개되어 마땅하다. 그것은 단순한 심리전 방송이 아니다. 그것은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에게 현대 문명을 알려주는 정보의 유입이며 그들을 독재의 악몽에서 깨우는 시대의 외침이 아닌가 말이다. 대북 삐라도 마찬가지다. 왜 대북전단 앞에 김정은 정권이 전율하는가? 거기에 진실이 담겨져 있고 그것을 읽는 북한 주민들이 바깥세상 소식을 접하기 때문이다.
전술핵의 재배치도 중요하고 사드도 중요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가장 전율하는 비대칭전력으로 맞서는 것이 현재로썬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마땅히 지불해야 할 비용이다. 또 북한 주민들이 환영하는 ‘시대의 선물’이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북한의 암흑화에 외면해 왔다. 북한 주민들이 헐벗고 굶주리는 것은 물론 그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지몽매한 것을 은근히 즐겨왔는지도 모른다. 왜? 그들이 깨어나는 것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독재를 청산하고 통일로 가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의 몫이다. 그러나 그들을 깨우쳐 주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할 사명이 분명하다. 지금부터라도 전열을 가다듬고 예산을 편성해 김정은 정권이 제일 두려워하는 ‘정보 폭탄’을 북녘 땅으로 사정없이 날려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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