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의 핵무장이 불러온 파급은 작금의 사드 혼란 그대로이다. 남남갈등이 증폭되고 중·러의 반발은 정치 외교적 차원을 넘어 경제적 제재라는 협박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혼란의 주범은 북한의 김정은 정권인데, 진작 불을 지른 사람들은 ‘불구경’만 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한 학술회의에서는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으로,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의 핵우산으로 김정은 정권의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대안이 나오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중국의 핵우산은 분명 북한의 체제보호 수단이 되고 있으며 또 될 수밖에 없다. 즉 미국 핵이 한국의 핵우산이라면 중국 핵은 당연히 북한 핵우산이나 다름없다. 굳이 그것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 오죽했으면 이런 대안이 등장하고 있는지 그만큼 북한의 핵문제는 답이 없다는 결론 앞에 우리는 서 있다는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통해 북중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실현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앙롱판(姜龍範) 톈진외국어대학교 동북아연구센터 소장은 16일 충남 아산시 온양제일호텔에서 열린 순천향대학교 공자아카데미-톈진 외대 동북아연구센터 국제학술세미나에서 북핵문제 타결을 위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전향적 입장을 보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톈진 외대 국제정치학 교수로 동북아정세와 한중관계,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지앙롱판 소장은 중국과 북한 두 나라 간 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북한의 조속한 6자회담 복귀와 회담 재개중 핵실험 동결 ▲9.19성명을 준수한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 불변 ▲6자회담 틀 안에서 핵문제와 평화협정 체결 추진 등을 내용으로 한 ‘공동선언’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중대한 사안이고 민감한 국제정치·외교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것처럼 중국이 북한에 ‘핵우산’을 제공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새로운 해법으로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동북아 지역의 공동 발전과 번영’을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세미나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학자 50여명이 참가, 국제정치와 경제, 언어교육, 문화교류를 중심으로 주제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세미나는 다케사다 히데시 일본 다쿠쇼쿠대 교수의 ‘동아시아 정세와 한중일 신뢰 프로세스 구축 방안’, 우씬보 상하이외대 교수의 ‘여행외교 강화, 한중일 인문협력 방안’, 위쟝 톈진 외대 부총장의 ‘고대 조선 사부(辭賦) 창작 개요’, 김학민 순천향대 산학협력부총장의 ‘동북아 경제외교의 현황’ 등 기조연설도 시작돼 각국 학자들의 논문 발표로 이어졌다. 션딩창 베이징대 한국학연구센터 교수는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인’을 각각 발표했다. 두 가지 비판이 가능하다. 우선 6자회담에 관한 것으로 6자회담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제지하자는 의미에서 고안된 회담이요, 이제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는 무용론이 정답이다. 김정은 정권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핵무기 투발능력을 보유하고 사드 배치가 결정된 마당에 6개 나라 외교 대표들이 만나 와인잔이나 부딪친다고 과연 김정은이 끄떡이나 할까? 두 번째로 중국의 핵우산론도 그렇다. 한국은 미국과 완벽한 군사동맹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과 북한은 다르다. 물론 한반도에서 과거 한국전쟁 같은 상황이 재현되면 모를까, 그 외 어떤 경우에도 두 나라의 안보적 이해관계는 충돌하고 있다.

근래 북-중 국경지역에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최정예 기갑부대들이 배치되고 그들은 심심하면 국경 도하훈련을 벌이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그 불안으로 국경 부대들의 증강으로 맞서고 있다. 냉전시대 피로써 맺어진 우호관계가 이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북-중 국경의 오늘의 현실이다. 따라서 북한과 중국의 핵무기들은 결국 서로를 견제하고 압박하는 수단이지 어느 한 쪽에 우산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한미관계와 북중관계의 달라진 냉엄한 현실 앞에 우리는 사드배치를 놓고 소모적인 님비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과연 인민군이 노도처럼 밀고 내려오던 지난 6.25한국전쟁 당시 우리 국민들은 미군을 어떻게 대했는지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구세주였다. 이제 왜 그들의 방어무기가 이 땅에서 업그레이드 된 북한의 원자폭탄을 목전에 두고 찬밥신세가 돼야 하는지 모두 깊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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