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아’ 꼬리표에 신음하는 지구촌 무슬림·성소수자들
‘포비아’ 꼬리표에 신음하는 지구촌 무슬림·성소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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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를 방문해 총기난사 희생자들을 위해 주민들이 바친 꽃다발과 글들을 침통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공포심 자극한 美올랜도참사 속 ‘증오설교’ 목사의 망언 충격
서방사회, 이민자 경계심 증가… 난민 품은 교황의 행보 눈길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게이클럽)에서 일어난 최악의 총기참사는 미국과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올랜도 참사의 주범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은 이슬람국가(IS)의 직접 지휘를 받지는 않았지만, 범행 직전 IS에 충성을 맹세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라마단성월 기간에 그가 일으킨 사건은 세계인들에게 공포심을 자극, 이슬람포비아(이슬람공포증)와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 현상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올랜도 참사가 발생한 6월은 1969년 동성애자들의 인권투쟁의 상징인 ‘스톤월 항쟁’ 이후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성소수자(동성애)들의 기념행사가 열리는 시기다. 미국 사회에서는 ‘동성애자 혐오·증오 중단’을 연일 외치는 이때, 미국 개신교 목사가 교회에서 희생자들을 ‘성범죄자’로 폄하하고 “총격사건으로 오히려 올랜도의 밤이 안전해졌다”고 언급해 후폭풍에 휩싸였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베리티 침례교 로저 히메네스 목사의 설교 동영상이 14일 유튜브에 올라오자 미국 전역에서 “편견에 가득 찬 ‘증오 설교’”라는 비판과 함께 비난이 쇄도하자, 결국 유튜브 측은 설교 동영상을 삭제했다.

이 목사는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을 언급하며 “50명의 변태 같은 자들이 죽은 것이 슬픈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이 사회에 남을 위대한 업적이었다”면서 “그로 인해 올랜도는 한층 더 안전해졌다. 진정한 비극은 더 많은 동성애자들을 죽이지 못한 것”이라고 발언해 충격을 안겼다. 또 그는 “그들(희생자)은 죄인들이다. 나는 정부 차원에서 동성애자들을 잡아들여 총살대에 세우고 처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극단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개신교인들의 시각은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달 초 서울신학대 반(反)동성애모임이 퀴어문화축제에 앞서 동성애자 혐오 트윗을 날려 논란이 일고 있다. 게시물에는 ‘동성애자들을 회칼로 찔러버리고 싶다’는 등 일반인도 입에 담기 힘든 혐오 발언을 목사를 준비하는 신학생들이 당당히 올려 비난을 받았다.

지난 11일 열린 성소수자들의 행사인 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리자 보수 개신교단을 중심으로 맞불집회가 열리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 미국의 한 침례교 목사가 플로리다 주 올랜도 총격테러 참사 희생자들을 성범죄자로 폄하하는 설교를 해 논란이 일었다. (출처: 유튜브)

◆지구촌 ‘동성애·무슬림’ 혐오 현상 증가

유럽연합(EU)도 지난해 파리테러 이후 이슬람 등 타 종교인에 대한 혐오 현상이 두드러지게 확산하고 있다. 테러 당시 프랑스에서 발생한 반(反)이슬람 증오범죄가 평소의 6∼8배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다른 나라보다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해 관대했던 독일인들도 최근 조사에서 거부감을 나타냈다. 독일 시민 10명 중 4명 이상이 이슬람 출신들의 이민금지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 16일 독일 라이프치히대학 연구팀이 시행한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이들의 41.4%가 무슬림 출신의 이민자를 금지하는 데 동의했다. 이는 7년 전인 2009년 조사에서 나타난 21.4%보다 20%나 늘어난 수치다.

응답자 중 40.1%는 ‘동성애자들이 다 보이는 곳에서 키스하는 것이 역겹다’고 답했고, ‘집시들을 도시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데에도 49.6%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극우는 아니지만, 외국인혐오를 보여주는 결과”라는 촌평을 내놓기도 했다.

▲ 지난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리스 레스보스섬을 방문했다가 일정을 마치고 로마 피암치노 공항에 도착해 함께 비행기에 오른 12명 시리아 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교회언론회 “올랜도 참사 ‘혐오’ 부각… 음모?”

한국교회 보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올랜도 참사를 둘러싸고 부각되는 동성애 혐오 논란에 대해 음모라고 비판했다.

교회언론회는 ‘올랜도 참사, 혐오 부각시켜 차별금지 입법몰이하려는 음모 중지하라’는 논평을 15일 발표했다. 교회언론회는 동성애 혐오를 우려하는 현상에 대해 “테러 장소가 게이 나이트클럽이었고, 범인의 아버지 세디크 마틴이 자기 아들이 평소 동성애를 혐오하는 성향을 보였다면서, 일종의 보복 범죄라고 주장하는 데 따른 것”이라며 “이를 기회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동성애자들은 이를 동성애 혐오 세력 척결의 계기로 삼자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올랜도 참사는 아이러니하게도 IS에 충성을 맹세한 무슬림 동성애자의 동성애 클럽에 대한 테러로 규정돼 가고 있다”며 “범인의 전처도 같은 무슬림으로, 범인의 사전 계획을 다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언론회는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동성애자 단체들과 일부 언론들이 앞장서서 동성애에 대한 혐오세력으로 보수적 기독교를 문제삼았다”며 “이 사건을 동성애를 포함한 차별금지법 입법을 위한 호기로 삼고, 대대적인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6일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머물던 시리아 난민 9명을 추가로 바티칸에 데려왔다.

지난 4월에도 무슬림 난민을 교황청으로 데려온 교황은 당시 난민들과 함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기독교인과 무슬림 사이에서 난민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며 “모든 난민은 하느님의 자녀”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준 교황의 이 메시지와 같이 종교인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혐오와 증오로 고통받는 이들을 감싸 안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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