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참배 반대한 주기철 목사 면직했던
예장합동 평양노회, ‘뒤늦은’ 복직 결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일제 강점기 시기 신사참배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소속 교단인 장로교로부터 목사직을 면직당한 주기철 목사가 수십년 간에 걸친 명예회복 과정의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주 목사를 면직한 조선예수교장로교의 줄기타고 이어져 내려온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평양노회에 이어 예장합동 평양노회도 주 목사에 대한 복직을 결의했다. 77년만이다.

예장합동(총회장 박무용 목사) 동평양노회(노회장 김광석 목사)는 지난 17일 동산교회 수지수양관에서 임시회를 열고 조선예수교장로교 평양노회 제37회 1차 임시회가 결의했던 주기철 목사의 면직결의를 취소하고, 복직을 결의하며 감사예배를 드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영화 ‘일사각오 주기철’을 시청하고 회개의 기도를 진행한 후 재판국에서 복권 결의를 선포했다. 이후 주기철 목사의 삶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학술대회에서는 ‘동평양노회와 주기철 목사 복직 의미’ ‘신사참배 저항 그 중심에 선 주기철과 평양 산정현교회’ 등을 주제로 발제가 이뤄졌다. 주기철 목사 복직 감사 부흥성회도 거행됐다.

주기철(朱基徹, 1897~1944) 목사는 일제 강점기에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하고 반대운동을 하다가 일제로부터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순교했다. 조선예수교장로회 평양노회는 1938년 제27차 정기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가결한 이후 이듬해인 1939년 신사참배를 반대한 주기철 목사를 장로교 목사직에서 면직했다. 또 산정현교회도 폐쇄 조치를 했다.

이러한 조치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에도 곧바로 회복되지 않았다. 1997년이 돼서야 예장통합의 서울동노회가 주기철 목사에 대해 목사직을 복권을 선언했고, 2006년 예장통합 평양노회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도 학적을 복적했다. 이후 9년이 지난 지난해에 예장합동 총회와 총신대학교가 목사직 복권 및 평양신학교 복적을 선포했고, 올해 초 주기철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일사각오’가 개봉돼 교인들의 큰 호응을 받는 등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예장합동 평양노회가 이 흐름을 타고 마지막으로 주기철 목사의 목사직을 복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예장합동의 제스처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측 목회자들이 모여 설립한 예장고신 교단 측 브니엘신학대 총장 최덕성 박사는 “면직 자체가 무효”라며 “복직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장통합 측이 10여 년 전에 주기철 복권을 2번(동서울노회, 평양노회)이나 하고 독노회라는 교단도 복권을 시켰다”며 “그런데 합동 측 총회나 노회가 또 복권을 시키나”라고 쓴 소리를 했다. 최 박사는 “주기철을 상품화하려는 시도와 장자의식-갑질의식은 모두 자책골이다”며 “공동체적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반성과 회개와 진실한 역사 기술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임덕순 원로목사는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주 목사를 불법으로 면직한 노회가 잘못을 회개하고 바로잡아야 효력이 있기에 금번 평양노회를 계승한 동평양노회가 과거의 잘못된 결정을 회개하고 당시의 결의를 취소하며 주기철 목사의 모든 권리를 복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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