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예전만 못하지만 평소보단 나아”
고물가에 간소화‧생략… 바뀐 제사 문화
[천지일보=양효선, 이재빈 기자] “어서 오세요, 사과‧배 가져가세요.” “동태포 1만원.”
설 연휴 첫날인 9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등은 명절을 맞아 가족과 친지들과 나눌 먹거리를 구입하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한약재와 청과물로 유명한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이른 아침부터 차례상에 올릴 음식재료를 준비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시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차량을 관리하러 교통경찰도 분주한 모습이다. 경찰은 전통시장 주변 길가에 시민들이 주차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시장 골목을 가득 메운 시민들 사이에서 상인과 손님이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도 새어 나왔다.
여행지로도 유명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도 설을 맞아 가족끼리 나들이 온 사람들로 붐볐다. 관광코스이기도 한 광장시장에는 실제 장을 보는 사람들은 적었다. 광장 길 중앙으로 늘어진 식당에는 손님이 꽉 찰 정도로 많지만, 채소나 생선류, 다른 잡화 가게를 찾는 시민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명절을 맞아 전을 사러 시장을 찾은 시민들도 있었다.
◆상인 “예전만 못하지만 평소보단 나아”
모처럼 붐비는 손님에 시장 상인도 한시름 놓은 모습이었다.
경동시장 상인인 조명희(가명, 57, 여)씨는 밀려드는 손님을 받는라 여념이 없었다. 조씨는 “오늘만 같으면 더 바랄 게 없다”며 “예전 같지 않은 설 명절이지만 그래도 평소보다는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져서 잘 팔리는 편”이라고 안도했다.
전을 판매하고 있던 경동시장 한 상인은 “제수용으로 전을 구입하는 손님들은 꾸준하다”며 “부칠 시간이 부족할 만큼 계속 만들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종로 광장시장에서 모듬전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양현순(여, 64, 종로구)씨는 “우리 가게야 자주 찾아주는 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낫지만, 다들 상황이 힘들다”며 “우리도 물가가 안 내려가 재료값 부담은 여전하지만, 손님들을 고려해 음식 가격은 올리지 않고 받고 있다. 장사하는 입장에선 전통시장이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 한과를 판매하는 상인 전종우(가명, 56, 종로구)씨는 “명절을 맞아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지만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실제 손님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며 “경기 침체가 많이 느껴진다. 물가가 올라 재료값도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설날도 가족끼리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많을 거라 장사를 계속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작황이 좋지 않아 올해 과일 가격이 많이 뛴 가운데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에게서는 불경기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양정현(가명, 54, 여, 영등포)씨는 “사과‧배 가격이 너무 올라서 손님들이 차례상에 올릴 과일 한두 개 정도만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배를 구입하러 시장을 찾은 시민들도 예전보다 오른 과일 가격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민 최승수(가명, 67, 여, 동대문)씨는 “멀리 지방에 사는 아들 내외와 손주들이 내일 온다는데 갈비를 재려고 나왔다”며 “많이 비싸지만 좋아하는 사과도 몇 개 사야겠다”고 말했다.
두 딸과 함께 장을 보러 나온 시민 오민수(55, 여, 성수동)씨는 “오늘 시댁에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수 없어 선물을 보러 나왔다”며 “과일값이 너무 올라 차라리 고기를 구입해야겠다”고 하소연했다.
◆고물가에 간소화‧생략… 바뀐 제사 문화
설 명절 음식을 만들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도 높아진 물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가족들과 함께 제사음식 준비를 위해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를 방문한 김영숙(여, 52, 서울 마포구)씨는 “예전보다 물가가 오른 게 많이 체감된다”면서 “예를 들면 이전에는 오징어가 4마리에 10000원 정도했는데, 올해는 2마리에 20000원 가까이 한다. 그래서 아까도 생물을 살지 냉동을 살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산이 작년에 대비 2.5배 올랐다고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 때문에 제사를 간소화하긴 하는데 그래도 기본적인 차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다보니 비용 면에서 줄였다는 체감이 잘 안 된다. 가짓수만 줄지 양은 변하지 않는 거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제사 대신 가족과 음식을 나누기 위해 장을 보는 가족도 있었다. 가족과 장을 보러 대형마트를 방문한 강정택(남, 46, 서울 마포구)씨는 “이번 명절에는 제사는 안 지내고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 간 식사를 하려 한다”며 “비용도 비용이고 요즘엔 제사가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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