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오전부터 귀성객들로 북적
“맛있는 거 먹고 푹 쉬다 올 것”
고속도로 일부 구간 오후부터 정체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가는 열차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가는 열차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시부모님이 바로 옆집에 사셔서 설 명절에는 친정에 가요. 명절이나 되어야 부모님께 아이들을 보여드리게 되네요. 전 서울에 살고 부모님은 수원에 사시는데 1년에 겨우 3~4번밖에 못 찾아뵙는 거 같아 죄송한 마음이에요.”

나흘간의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역에서 만난 최모씨(43, 여, 서울시 서초구)는 아들(9)과 딸(5)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열차 타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모님께 아이들 얼굴 보여드리고 그냥 밥 먹고 편하게 푹 쉬다가 오려고 한다”고 했다.

이날 서울역에는 오전부터 캐리어 가방과 쇼핑백을 손에 들고 분주하게 열차 타러 이동하는 귀성객들로 북적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은 선물꾸러미를 두 손에 가득 든 채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혼자 부산행 KTX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이승현(49, 남, 서울시 용선구 서계동)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집에 자주 가지 못한다”며 “고향에 갈 때마다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성화가 듣기 싫지만, 그래도 맛있는 거 먹으면서 푹 쉬다 오려고 한다”고 했다. 또 그는 “아버지 산소에 다녀온 뒤 어머니와 동생 식구와 편하게 술도 마시고 싶다”고 덧붙였다.

역 안에 마련된 중소기업 상품 매장에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시민도 있었다. 가족에게 건네거나 성묘할 때 쓰려고 꽃을 고르는 시민도 보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가는 열차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가는 열차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서울역 대합실은 오후 들어 크게 붐비기 시작했다.

2명의 조카손녀를 부산행 KTX를 기다리던 변모(72, 여, 서울시 은평구)씨는 “아이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며 “아이들 부모는 오늘 출근해서 내일 내려온다. 열차표가 없어서 같이 못 가고 우리 먼저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카손녀 성희(8)양은 설 세뱃돈 얼마 받고 싶냐는 기자의 물음에 수줍어하면 말을 못하자, 변씨가 “우리 한자 배운 거 있잖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 다다익선”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세배하면서 어떤 복을 빌고 싶냐고 물으니 성희양은 “두 분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부끄러워하며 답했다.

군복을 입은 군인들도 여럿이 눈에 띄었다. 파주에서 취사병으로 군복무 중인 김모(23, 남)씨는 “10박 11일짜리 위로·포상휴가를 나왔다”며 “일부러 설 명절 기간을 맞춰 휴가를 냈다. 어머니와 친척들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가는 열차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가는 열차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귀성객으로 북적이는 서울역 곳곳에 배치된 질서통제요원들의 모습도 활기가 넘쳤다.

질서통제요원들은 긴박하게 열차 타는 게이트를 찾는 시민에게 위치를 알려 주거나 엘리베이터를 안내하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었다.

질서통제요원 박모(68, 남, 경기도 안양시)씨는 “이번 설 명절 기간 나와 계속 일을 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 안전사고 우려가 커 시민들의 불편함이 없이 열차에 승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역 대합실과 열차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환경미화원 이모(67, 여, 경기도 김포)씨는 “이번 설 명절 내내 나와서 일한다. 오전에는 그래도 좀 한가했는데 오후 들어 귀성객이 많이 내려간다”며 “설 당일에도 오후 되면 많이 올라와서 서울역이 엄청나게 붐빈다”고 말했다. 이씨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두분이 고령이신데 다 서울에 계셔서 명절 기간에 아이들과 같이 찾아뵈려고 한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가는 열차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가는 열차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08.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서는 이날 오후 들어 일부 구간에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전국 교통량은 542만대로, 이 가운데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50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42만대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귀성 방향의 경우 오전 7∼8시 정체가 시작돼 오후 6∼7시 절정에 달하며, 이튿날까지 도로가 많이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방향으로도 오전 7∼8시 정체가 시작돼 오후 5∼6시 가장 붐빌 것으로 보인다. 정체는 오후 10∼11시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 2시 승용차로 서울 요금소를 출발해 전국 주요 도시까지 걸리는 최대 소요 시간은 대전 5시간 5분, 부산 8시간 10분, 광주 7시간, 강릉 3시간 40분으로 각각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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