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인플레 기여도 0.4%p
식료품 가격 넉 달째 6%대
중동 불안에 국제유가 불안
내수 부진 예상보다 길어질 듯

[천지일보 서울=송연숙 기자] 서울 화곡본동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상인과 아이와 함께 과일을 사는 시민의 모습. ⓒ천지일보 2024.02.08.
[천지일보 서울=송연숙 기자] 서울 화곡본동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상인과 아이와 함께 과일을 사는 시민의 모습. ⓒ천지일보 2024.02.08.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른 과일 물가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을뿐더러, 국제 유가도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8% 상승한 반면,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0% 상승했다. 상승 둔화세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달 대비 0.4%p 하락했지만 식료품 물가는 0.1%p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는 사과·배 등 과일 가격이 계속 오르는 모습을 보인 데 기인했다. 지난달 과일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26.9% 올라 2011년 1월(31.2%)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전체 물가상승률(2.8%)에 대한 과일 물가 기여도도 0.4%p로 2011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과일 외 다른 먹거리 물가도 높은 편이다. 식료품 물가를 구성하는 우유·치즈·계란(4.9%), 채소·해조(8.1%), 과자·빙과류·당류(5.8%) 등도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돌았다.

과일 물가를 비롯해 먹거리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국제 유가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배럴당 77.3달러까지 떨어진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친이란 무장세력의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 등 중동 지역 불안이 커지면서 82.4달러까지 반등했다. 지난해 2월 유가가 하락세를 기록한 기저효과도 다음달 물가지수 상승 폭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무기한 연장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고유가 등을 이유로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2·4개월 단위로 연장해왔다. 이달 29일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도 유가 불확실성 탓에 한시적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시적 조치였던 만큼 조만간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민간 소비·투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과 고금리의 영향으로 내수 부진이 계속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실질임금이 늘지 않으면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었다”며 “소비 성향도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부진해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건설투자는 통상 4~6분기 정도의 시차가 있어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를 봐야 하는데 건설 수주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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