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차례상 비용 전년比 5%↓
일부 과일·채소류 가격 올라
10명 중 6명 “차례 안 지내”
‘간편식’ 제품 판매량 증가세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폭염·폭우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한 5일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폭염·폭우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한 5일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5.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소비자들이 명절이 되면 겪게 되는 교통난과 더불어 몇 년간 이어진 고물가에 벌써부터 지친 기색이다.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작년보다는 적게 들지만 사과·밤 등 주요 품목의 경우 더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추석을 2주가량 앞두고 국민 10명 중 6명은 차례를 지내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롯데멤버스가 지난 4~5일 20~50대 이상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56.4%)’는 응답자가 ‘차례를 지낸다(43.7%)’는 응답자보다 많았다.

이와 관련해 김근수 롯데멤버스 데이터사업부문장은 “긴 연휴에도 물가와 교통난 등을 고려해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부 고아란(가명, 40대, 여)씨는 “설이나 추석에는 친정과 시댁 다 들러야 한다. 차가 안 막혀도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차가 막히면 차에 갇혀 있는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도 모른다. 정말 오래 걸렸을 때는 5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적도 있었다”며 “이미 지친 상태에서 도착하면 음식 준비도 해야 하는데 차라리 아무 곳도 가지 않고 쉬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부 송이진(가명, 30대, 여)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는 친정과 시댁을 방문하진 않고 그냥 집에 있거나 가까운 친척들만 방문했는데 요즘은 이런 분위기가 많이 커진 것 같다”며 “왔다갔다하는 스트레스는 줄었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 비용을 계산하고 고민하는 건 머리 아프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송씨는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과일 등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요즘에는 차례상도 간편하게 차릴 수 있게 간편식 제품도 나오던데 그걸 활용해서 간소하게 지낼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다수가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동이 자제되면서 비대면 명절 문화가 확대됐다. 다만 최근 들어 둔화세를 보이는 물가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에 소비자들에게는 걱정거리다.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작년보다 4.9% 떨어진 평균 30만 3002원이다. 전통시장(23만 7381원)은 대형마트(28만 581원)보다 4만 3200원(15.4%) 저렴한 수준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채소류(애호박·시금치·무·대파), 나물류(고사리·도라지), 축산물(소고기) 가격은 모든 구입처에서 전년 대비 하락한 반면 과일류(사과·배), 채소류(배추), 수산물(오징어·부세조기), 쌀은 가격이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0만 3002원으로 지난해 대비 4.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추석 차례상. (제공: aT) ⓒ천지일보 2023.09.12.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0만 3002원으로 지난해 대비 4.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추석 차례상. (제공: aT) ⓒ천지일보 2023.09.12.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aT)는 이번 추석 농수축산물의 가격이 정부의 성수품 확대 등 물가 안정 정책으로 인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집중호우, 고온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과일류, 채소류의 산지 작황 상태가 좋지 않음에 따라 일부 품목은 평년 대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모듬전, 잡채, 나물 등 명절 음식을 간단히 준비할 수 있는 ‘간편 차례상’ 제품이 인기를 얻음에 따라 유통업계가 관련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실제 동원디어푸드가 운영하는 ‘더반찬&’의 지난 설 간편 차례상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더반찬&은 40여종의 명절 음식으로 구성된 추석 기획전을 통해 총 16종의 제수 음식으로 구성된 완제품 ‘프리미엄 차례상’과 9종으로 구성된 ‘간편 차례상’은 물론 수제 모듬전, 소갈비찜, 잡채, 나물 등까지 다양하게 마련했다.

11번가는 제수용 음식을 추석 전날인 28일에 집 앞으로 배송해 주는 ‘예드림 차례상 상차림’을 준비했다. 동태전, 조기, 황태포, 나물 등 제수 음식과 향초, 향, 전지가 세트로 구성돼 간편하게 차례상을 준비할 수 있는 상품이다.

롯데백화점은 ▲소고기 뭇국, 고기산적, 국내산 조기, 동그랑땡, 동태전, 도라지·시금치·고사리 등 나물류와 밤과 대추, 곶감과 약과 등으로 구성된 ‘명절 표준 차례상’ 등을 선보였다. 기본 차례 음식에 ▲국내산(남해산) 돌문어가 추가된 ‘경상도 차례상’ ▲꼬막숙회가 추가된 ‘전라도 차례상’ ▲고구마전이 포함된 ‘강원도 차례상’ 등 지역적 특성이 고려된 제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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