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종교 현황·의식’ 발표
종교에 부정적 입장 무종교인
10명 중 7명 필요성 못 느껴
개신교 인구 15%로 하락세
“10년 뒤 10명 중 1명 꼴”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 사회의 탈종교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종교를 가진 한국인이 10명 중 4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신교인 비율이 우리나라 총인구 대비 15%까지 줄었고, 이 속도라면 최악의 경우 향후 10년 뒤 개신교인은 전체 인구의 10%까지 추락할 위험에 놓인 셈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5일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에 대한 조사는 지앤컴리서치에 의뢰,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성인 남녀 2000명과 비개신교인 1000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종교 인구 파악을 위한 조사는 한국갤럽에 의뢰,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918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먼저 종교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2022년도 기준 종교인은 37%, 무종교인은 63%로 종교인이 처음으로 30%대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시작 시점인 1998년 이래 종교인 비율(53%)이 무종교인(47%)보다 계속 앞서다가 2017년 무종교인 비율(53%)이 종교인을 앞질렀고, 그 이후 무종교인이 점차 증가하며 종교인과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종교인 증가 요인 ‘무관심·실망’

무종교인들에게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그 결과 ‘종교에 관심 없어서’가 2017년 조사(33%)와 마찬가지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응답률은 이전(2017년) 조사 대비 7%p 상승했다. 2위로 응답한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22%)’ 역시 6%p 증가, 무종교인의 종교에 대한 무관심 증가와 더불어 종교에 대한 실망이 더욱 무종교인을 양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그렇다면 무종교인은 인생에서 종교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느낄까. 무종교인 69%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필요하다’ 느끼는 경우는 31%였다. 무종교인 10명 중 7명은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었고,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25%로 2017년 조사(14%) 대비 2배 가까이 늘어 종교 자체에 부정적 혹은 적대적 입장을 취하는 무종교인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대 종교인, 5명 중 1명에 불과

종교 인구의 변화 추이를 보면 개신교, 불교, 가톨릭 전 종교 모두 2012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2년 기준 불교 16.3%, 개신교 15.0%, 가톨릭 5.1%로 조사됐다.

종교인 성별로는 여성(47%)이 남성(26%)보다 2배 가까이 많았고, 연령별로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종교인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20대의 경우 종교를 가진 비율은 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이 중 20~30대 개신교 인구 비율은 10% 초반대로 평균보다 낮지만, 타 종교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여기서 전체 우리나라 인구 중 개신교인 비율을 살펴보면 2012년 22.5%에서 2022년 15.0%로 줄었다. 이 추세를 반영해 10년간 단순 하락 기울기를 반영, 향후 10년 뒤를 예상하면 최악의 경우 10.2%까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속도로 하락한다면 향후 10년 뒤에는 개신교인이 우리 국민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추론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개신교 점유율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2030 MZ세대의 경우 개신교가 전체 종교 중 거의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비춰봤을때 보고서는 향후 한국 종교 중 개신교가 지배적인 종교가 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예측했다.

종교인들에게 신앙생활 이유에 대해 묻자 개신교, 불교, 가톨릭 등 3대 종교 모두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가 가장 높게 응답했다. 종교별로 보면 개신교(36%)의 경우 타 종교(가톨릭 7%, 불교 3%) 대비 ‘구원과 영생’을 꼽은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다양한 종교 교리에 대해 종교인별 인식을 물었더니 개신교인의 경우 ‘유일 신앙’을 믿는 비율이 63%에 그쳤고, ‘종말론’에 대한 동의율은 50%로 응답됐지만 타 종교에 비해서는 2배 이상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하나의 종교가 아닌 여러 종교에 구원이 있다고 보는 ‘종교 다원론’을 믿는 경우가 개신교인 3명 중 1명꼴(32%)로 기독교가 아닌 타 종교를 통해서도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지일보 2023.09.06.
ⓒ천지일보 2023.09.06.

◆신에 대한 실존인식 ‘개신교인 70%’

비개신교인·개신교인을 대상으로 기적, 신, 천국 등과 같은 종교적 개념을 제시한 후 이와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개신교인은 ‘기적’ 73%, ‘신’ 70%, ‘하늘나라·천국’ 69% 등에 대해 10명 중 7명 정도가 존재한다고 인식한 데 반해 비개신교인의 종교적 실존 인식(동의율)은 모든 항목에서 개신교의 절반 혹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현대사회의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로 언급되는 ‘이혼’ ‘인공유산’ ‘혼전 성관계’ 등의 항목을 제시하고 각각에 대한 종교인별 인식을 살펴본 결과 무종교인이 윤리 문제 전반에 있어 가장 수용도(상황 따라가능+해도 무방)가 높은 편으로 나타났고, 개신교인의 수용도는 전 항목에서 가장 낮아 개신교인이 종교인 중 가장 보수적 경향을 띠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5년에 걸쳐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인식을 추적한 유일한 보고서로서 의미가 있다고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설명했다.

탈종교화 현상에 대해 목회데이터연구소는 “현대인은 종교의 초월적 성격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는 성향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합리화된 현대인에게 어떻게 기독교를 변증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신교인을 대상으로는 “기독교의 정체성과 핵심 교리를 어떻게 설명하고 심어줄 것인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대 변화와 함께 세대별, 계층별로 다양화되는 종교적 욕구를 면밀하게 파악해서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