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명성교회 소송 기각
김하나 목사 대표자로 인정
“개교회서 세습 물결 일 것”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단에서 설교를 하고 있는 모습. 명성교회 전경. (출처:명성교회 홈페이지, 뉴시스)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단에서 설교를 하고 있는 모습. 명성교회 전경. (출처:명성교회 홈페이지, 뉴시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부자 세습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명성교회에 대해 대법원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명성교회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사실상 종결됐다. 지난 2월 23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명성교회 평신도연합회 정태윤 안수집사가 “김하나 명성교회 목사에게 대표자 지위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달라”며 명성교회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교계에서는 앞으로 교회 세습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회 세습 반대 운동을 펼쳐온 개신교 단체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는 최근 ‘세습 반대 운동 여기서 끝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회법적으로 명성교회 세습 반대 논쟁이 종결됐지만, 앞으로 세습 반대 운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법부의 판결은 욕망에 가득찬 교회 문제에 손을 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실행위원장 방인성 목사는 “사회판결에 아쉬움은 있으나 사법부의 결정에 대해 달리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부가 교회 문제를 재판하는 데에서는 손을 놓은 것이라고 본다”며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여러 술수를 쓰는 그 교회의 걸음에 사법부가 간섭하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이 교단 세습금지법을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을 뒤집고 김 목사의 교회 대표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 날짜를 미루면서까지 명성교회에 ‘석명 준비 명령’을 내렸다. 총회 수습안 중에는 ‘명성교회 위임목사의 청빙은 2021년 1월 1일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명성교회가 이 조항에 따라 위임목사 청빙 절차를 밟은 적이 있는지 소명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명성교회는 2017년 부자 세습을 한 이후 별도의 위임 청빙 결의는 거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명성교회는 지난해 8월 21일 공동의회를 열고 압도적인 찬성으로 김하나 목사를 명성교회 위임목사로 재추대한 것을 추인하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든 소송을 진행한 정재훈 변호사는 선고 기일을 취소하고 돌연 석명 준비 명령을 내린 2심 재판부에 “재판부에서 명성교회가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판결 이유를 비공개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한 대법원 판결에 아쉬움을 표했다.

방인성 목사는 세습을 단순히 교단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는 내부뿐 아니라 외부단체들과도 연대해 개혁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보고 세습하려는 교회들은 환영할 것”이라며 젊은 목회자와 신학생들을 규합해 새로운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인들을 위해 교회 세습은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고 했다. 방 목사는 “성경에서는 돈에 대한 사랑은 일만 악의 뿌리라고 하셨고, 돈과 하나님은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말씀하지만 한국교회는 돈과 하나님을 겸하여 섬길 수 있다고 성도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성도들이 그 현혹에 빠져서 예수를 제대로 믿지 못하고 복음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고 교회가 이 사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습은 모세 때 금송아지를 섬기는 우상숭배와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 김정태 목사(개혁연대 집행위원장)는 명성교회가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존경과 신뢰가 없기 때문에 나중에는 쇠퇴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판결로 인해 “교회들이 잘못됐던 모든 관행을 합법화하고 옳다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교회가 퇴행으로 갈 것”이라며 “세습금지법이 있는 교단은 (세습금지법을)없애면서 권력을 집중하는 등 한동안 한국교회가 역주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교회 세습 반대 등 교회 개혁 차원의 운동은 계속하되, 총회나 노회 등 기존 질서가 아니라 젊은 그룹들의 역할을 기대해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젊은 그룹들이 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운동을 자체적으로 하면 (개혁은)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옹호하며 세습 반대 운동을 비난해온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바로세우기수호연대(예정연)는 대법원 판결 이후 입장문을 내고 “이제는 교단 총회 소속 목사님들을 비롯해 모든 평신도 지도자들은 더 이상 명성교회 문제에 대해 시비할 수 없게 됐다”고 환영했다. 이들은 “목사들 몇 사람이 시기와 질투로 특정인에 대해 태클을 걸기 위해 명성교회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며 “하나님께서 명성교회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승리하게 해 주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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