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희 기자]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 지난 10일 오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비상대책위원회의 월요시국기도회가 진행되는 서울광장 건너편 도로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 지난 10일 오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비상대책위원회의 월요시국기도회가 진행되는 서울광장 건너편 도로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성직자들의 집단적 정치 행동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내부의 각종 의혹과 논란에 종교계가 가세하면서 대결과 대립의 구도는 심화하는 모양새다.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는 ‘정교분리’ 원칙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종교계가 현실 정치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찬반을 떠나 종교 지도자들이 편 가르기에 나서고, ‘상대’를 향해 과격한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에 실망하고 떠나가는 신자들도 적지 않다. 제22대 총선을 10개월여 남짓 앞두고 개신교를 비롯해 천주교, 불교에서도 정치적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종교계의 정치 참여에 대한 우려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종교계는 성직자들의 ‘정치적 행동’으로 시끄럽다. 현 정권을 비판하며 지난달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매주 월요일 저녁 시국기도회를 열고 있는 진보 성향의 천주교 사제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거친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 등 분열과 대치를 키우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은 지난 22일 오후 7시 경기도 의정부교구주교좌성당에서 열리는 시국미사를 앞두고 배포한 ‘분단, 겨레의 원한’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고도의 직관과 용기를 가진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에 어떤 기준으로든 보통 이하인 자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며 윤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앞서 사제단은 지난달 10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첫 시국기도회 때도 윤 대통령을 “강한 자에게 한없이 비굴하고 약자들에게는 한없이 비정한 ‘삯꾼’”이라고 표현하거나 아예 “윤석열 씨”라고 지칭한 바 있다. 

문제는 같은 종교 안에서도 다른 이념으로 인해 갈등과 분쟁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사제단 시국기도회가 열린 장소와 맞닿은 건너편에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의 맞불집회가 열려 긴장이 커지기도 했다. 이들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 퇴진 명한 마귀 사제단 국민 몽둥이가 약이다!’ ‘이재명 앞잡이 개신부‧개수녀’ 등 현수막을 걸고 사제단을 향해 “마귀가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쳤다. 

사제단의 시국기도회로 촉발된 ‘시국 선언’과 ‘시국 집회’ 등은 개신교와 불교에서도 이어지며 점차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스님 등 불교계 시민단체 회원 2000여명이 서울시청 광장 일대에서 ‘윤석열 퇴진 1차 야단법석’을 개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종교가 왜 정치에 관여하냐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암울한 시대에 등불을 들고 길을 밝히는 것은 종교인의 의무”라며 “(현 정부는) 국가 요직을 검사들이 죄다 차지했고 협치는 사라지고 독선과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 심판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출가·재가 불자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범불교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 심판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출가·재가 불자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범불교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24.

종교인의 정치 참여 논란은 사실 보수 종교계에서 먼저 시작됐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3월 12일 전광훈 목사가 시무하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참석한 것으로 시작된 정치 개입 논란 한달이 넘게 보수 정치권을 내홍에 빠뜨렸다. 정치권 내에서는 전 목사가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영향을 줬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전 목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인과 지지자 5만~6만명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켰다는 것이다. 전 목사는 최근 자유통일당 중앙당사 개소식을 갖고 내년 총선 기독정당의 원내 진입을 다짐하는 등 정치 세력화에도 나서고 있다. 

교계에서는 종교의 정치 참여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교 분리’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정치와 종교의 근본인 ‘소통과 포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계 한 관계자는 “정치는 사회갈등을 흡수하는 영역이어야 하는데 정치에 특정 종파가 너무 깊이 들어오면 오히려 사회갈등을 유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대주교는 지난 2013년 서울 명동성당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사제들은 신자들에게 도덕적, 영성적 도움을 주어야 하는게 고유 임무”라며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적 정서는 종교인의 정치 참여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2012년 정교분리와 관련한 시민의식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국민 3명 중 2명은 종교인의 정치 참여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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