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불교·개신교 시국선언 확산
“평화 무너지고 민주주의 후퇴해”
보수 종교계는 윤석열 정권 엄호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시국선언’ 준비위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목회자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같은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가 이영훈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왼쪽), 송홍도 한교총 공동대표회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시국선언’ 준비위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목회자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같은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가 이영훈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왼쪽), 송홍도 한교총 공동대표회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오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앞둔 가운데 종교계의 시국선언 바람이 연일 거세게 불고있다. 특히 같은 종단 교단이라도 ‘진보’ ‘보수’로 나뉘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종교계 인사들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해 존경을 받기도 한 만큼 종교 인사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찬반논쟁이 팽팽하지만, 교계 내에서 자칫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도 번질 수 있는 만큼 여러 가지 우려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불교단체들의 윤석열 정부 규탄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4일 기독교 목회자 1016명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시국선언 준비위원회(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목회자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회개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1016명의 목사 이름이 담긴 시국선언문에서 마태복음 3장 10절을 인용하며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집권 1년을 맞이하는 목회자들의 심정은 참담하다”며 “지난 수십년간 피와 땀으로 세운 민주화와 인권, 정의와 평화, 민생과 복지라는 가치들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권력의 공고화로 협치와 국민통합의 정치가 실종되고 반노동 반농민 정책으로 다수 국민들이 궁지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강대강의 남북관계로 인한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경솔한 외교적 언사로 주변국들과 갈등과 긴장이 유발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현재보다 더한 퇴진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정진우 목사는 “현재 이렇게 많은 목회자가 참여한 선언은 없었다”며 “그만큼 정권에 대한 분노가 높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시국선언’ 준비위원회는 향후 개교회와 교단 지역에 속한 신도들과 함께 시국선언과 기도회, 시국집회 등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또 오는 22일 대전에서 전국 6개 권역 대표자 시국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달 6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를 “최악의 굴욕외교”라고 비판하며 이완용에 빗대 사임을 촉구한 감리교 목회자들을 시작으로 개신교 전체로 시국선언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시국선언 시발점은 지난달 10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였다. 이들은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미사’를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이 온 국민 앞에 바쳤던 맹세를 모조리 배신했다”며 “내치와 외치 모든 면에서 국익, 국리민복에는 무관심하고 애오라지 특권층의 기득권 수호에만 열을 올린다”고 비판했다. 

사제단비대위는 서울교구와 수원교구, 광주교구에서 시국미사를 이어왔으며, 8일에는 춘천 애막골성당에서, 15일엔 광주 국립 5.18묘지 구묘역에서, 22일에는 의정부성당에서 순회 시국미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4월 ‘윤석열 퇴진 1차 야단법석 준비위원회’를 꾸린 불교계 진보단체들도 오는 20일 오후 3시 서울광장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하는 야단법석을 열기로 했다. 

반면 보수진영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전면에 나서 ‘정권 엄호’에 나서고 있다. 전 목사 등 그와 함께하는 보수 진영 개신교 목회자들과 스님, 신부 등은 매주 광화문 집회에서 윤석열 정권 성공을 부르짖고 있다. 특히 전 목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정부가 위기에 몰렸다”며 전 국민적 국민의힘 당원가입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제안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힘 가입운동은 당과 국민을 다함께 활성화시킬 것”이라며 “남녀노소와 지역을 초월한 모든 국민들, 특히 공산주의와 불구대천의 원수일 수밖에 없는 기독교, 불교도, 천주교도 등 모든 종교인들도 경쟁적으로 국민의힘 당원가입 운동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런가 하면 여타 보수 교계 지도자들 역시 윤 대통령은 물론 여당과의 스킨쉽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개신교 연합기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를 예방했다. 이영훈 목사는 이 자리에서 “아직 우리 국민이 나누어진 상태에서 여러 가지로 지쳐있고 많은 문제에 대해 절망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말 그대로 국민에게 힘과 희망을 주고 국민 대통합을 이루는 데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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