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겐 섬세하고 뛰어난 손재주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규방공예’의 작품들에서 손재주 문화와 예술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취미로만 여겨져 왔던 손재주 문화가 이젠 창업은 물론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1980년대만 해도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단이 카퍼레이드를 펼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손재주를 세계에 과시한 쾌거였다.

여전히 국외에서 한국인의 손재주는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예술문화적 측면에서 미적 감각의 탁월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인 GM 및 닛산만 하더라도 80여명의 한국인 디자이너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민간외교는 물론 국위선양까지 하고 있다.

전 세계에 쇠젓가락을 사용할 줄 아는 민족은 드물다. 젓가락 문화는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7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갖고 있다. 우리 민족이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데 반해, 중국인과 일본인은 주로 나무젓가락 또는 옷칠젓가락을 사용해 왔다.

손을 많이 사용하는 민족일수록 손재주가 뛰어나다. 우리가 가진 손재주 중 전통 놀이문화인 종이접기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종이접기의 유래는 삼국시대부터였다. 그래서 종이접기의 종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장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의 종이접기가 국외에서 ‘오리가미(折紙)’라는 일본식 표현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본이 일찍이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종이접기 문화를 국외에 보급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한류의 추진 동력으로 종이접기를 적극적으로 국외에 보급해야 한다. 종이접기는 접는 방법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한국의 예술, 한국어와 한국 문화·역사까지 알릴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종이접기’의 대중화로 신한류 열풍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종이접기를 한국어로 교수·학습할 수 있는 내외적 조건 및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러한 것이 충족될 때 종이접기를 통해 한글과 한국어를 사용한 자모, 단어, 어휘 표현도 쉽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국외에서 우리의 태권도는 한국어로, 일본의 유도는 일본어로 경기 공식용어가 많이 사용되는 사실에 근거해 보아도 종이접기를 한국어로 교수·학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종이접기의 효용성으로 두뇌 개발, 건강증진은 물론 창의성 개발을 들 수 있다. 특히 치매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 치매라는 것이 손가락운동 등 운동부족과 뇌운동의 부족에서 비롯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 발명이 문명 발달의 척도였다면 종이접기는 문화 창조의 교육이다. 융복합 시대를 맞이해 우리의 종이접기는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과학, 건축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 우리 문화예술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종이문화재단의 세계종이접기연합이 앞장서서 전 세계 16개국 37개 지부에서 대한민국 종이접기강사 양성과정을 시행하고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다. 종이접기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종이 전파가 유럽 르네상스의 원동력이 된 것처럼 우리의 종이접기문화 세계화는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