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

 
충격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 지난주 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의 한 행사장에서 한 시민단체 대표로부터 흉기에 공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얼굴에 피가 흐르는 대사가 황급히 행사장을 나가는 모습이 언론매체를 통해 긴급 보도됐다.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모두가 경악했다. 어떠한 명분으로도 테러·폭력행위는 용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사회질서의 근간을 허물어 범국가적 재난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반인도적·반문명적 만행을, 한 시민단체 대표의 우발적 행동으로 판단해 책임론을 전가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고 개인적 일탈행위의 틀에 국한시킬 수도 없다. 어찌됐든 폭력에 의해 막힌 대화가 복원되거나 문제점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국가가 테러·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확인한 셈이 되었다. 국민과 국익을 위해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그 시민단체 대표는 5년 전 주한 일본대사의 특별강연 중에도 콘크리트 덩어리를 투척한 전력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폭력 우려 또는 의심 인물로 판단될 수 있지 않은가? 사전에 검증절차가 있었더라면 테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테러예상 용의자를 철저히 관리해야 함을 시사해 주고 있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는 국제적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테러는 약 9700건에 이른다고 한다. 대표적인 테러로는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세계무역센터 테러를 들 수 있다. 이후 테러는 이슬람 과격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해 종교적·정치적 테러로 확산되고 있다. 소규모에서 대규모로, 민족주의를 띠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들어서는 백색테러가 증가하고 있다. 백색테러란 어떤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개입돼 이를 달성코자 행하는 극우 또는 우익세력의 테러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백색테러 단체는 미국의 인종차별 테러 단체로서 케이케이케이(KKK)단을 들 수 있다.

목도한 주한 외교사절에 대한 반인륜적 범죄행위의 책임은 경찰뿐만 아니라 국가 모두 공동책임이다. 경찰은 허술하고 미숙한 경비체계, 범법자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으며, 국가는 전방위적인 안전 대비책, 반테러법을 제정하는 데 안일했던 것이다.

소기의 목표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테러나 폭력행위를 하는 것은 반인륜적·반사회적 행동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국가에 중대한 불안감·긴장감·분열을 조성시킴으로써 사회국가적 안보 또는 외교에 영향을 미친다. 테러폭력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직간접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행사장에서의 규칙, 첨단 엑스레이(X-ray) 투시기가 공공장소 및 행사장 주변에 설치돼야 한다. 또 테러 근절의 방법으로는 강력한 대응 및 가중처벌도 중요하지만, 비폭력 교육에 의한 설득적 접근법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테러 방지 안내서를 발간해 테러주의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

안이한 대응과 방심은 금물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범사회적·범국가적 테러대응체제를 수립해 국민·국가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테러·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해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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