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

 
대학 구조조정 추진은 학령인구 감소, 교육 경쟁력 제고 등에 의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특히 2018년부터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 대학 입학정원이 지원자를 초과하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재정이 취약한 대학들의 경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위기를 극복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학은 물론 사회·국가적 차원에서 해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불거져 온 국내 부실대학 지정은 대학자체의 이미지 훼손 외에도 국외에서 한국 대학 유학·어학연수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대학교육은 시대적·사회적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에 앞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적 철학, 원칙, 신념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대학발전이 구성원, 사회 및 국가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대학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 재정 확충은 필수불가결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재정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지난달 20개 서울 소재 대학이 서울총장포럼을 출범시켰다. 거기서 모 대학 총장이 기여입학제 허용을 제기했다.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여입학제 허용 제기는 대학 패러다임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기여입학을 금지시키고 있다. 1999년부터 추진한 3불 정책, 즉 ‘기여입학제 금지’ ‘본고사 금지’ ‘고교 등급제 금지’ 등 3가지에 근간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여입학제도는 국민 정서상 수용하기 어려우며 사회·국가적으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전만능주의의 고착화 현상으로 비쳐질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기여입학제가 부유층·특권층 자녀를 위한 대학입학 창구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예일대,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등 미국 명문대학은 물론 영국 일부 대학에서는 제한적이나마 기여입학제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경우 기여 입학률이 평균 15%에 이른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의 실정과 다르므로 적용모드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이웃나라 중국, 일본 등에서도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 기여입학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기여입학제를 긍정적 측면에서 보면 대학 재정 확충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저소득층 또는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등록금 완화와 부의 재분배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무분별하고 충동적인 국외유학을 자제함으로써 국부의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더불어 학생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한다고도 볼 수 있다. 부정적 측면에서 보면 대학의 서열화·등급화 조성, 계층 간 위화감 조장을 들 수 있다. 부모의 능력과 배경을 기준으로 대학을 선정하는 결과이므로 교육의 기회 불평등을 조성할 수 있다. 게다가 교육의 질적 상향평준화를 보장할 수 없다.

교육엔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거시적 정책과 미시적 실천이 있어야 한다. 후속 세대를 위한 진정한 기부는 공교육의 정상화 및 공익성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민적 여론과 공감대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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