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기환 백세당한의원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30년간 환자 돌보다 새로운 꿈 꿔… 세상·사회가 곧 내 진료실
정치·경제·사회 등 모두 부정부패… 분열 없애고 통합해야 통일
창조주 안에서 종교 하나되고 그의 뜻 따를 때 진정한 평화 올 것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제겐 진료실이 따로 없습니다. 이 세상이 저의 진료실입니다.”

지난 30여년간을 한의사로 살아온 나기환(55) 백세당한의원 원장이 새롭게 품은 뜻은 원대하다. 사회적 병폐인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하나된 세상’을 만드는 데 여생을 바치겠다는 것. 평소 좌우명도 ‘나라살림·생명치유’로 삼은 그다. 지난 수십년간 환자를 치료해왔지만, 이젠 세상과 사회가 곧 진료실이자 환자인 셈이다.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가 탐욕과 부정부패로 물들어 있습니다. 특히 진보와 보수, 지역주의 등 각종 갈등으로 점철돼 있습니다. 이 같은 분열을 치유해야만 통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통합과 평화를 연구하다

그가 해모수융통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복지·의료·역사 등 8개 분야에서 통합을 이뤄나가자는 얘기다. 4호선 당고개역 부근에 위치한 그의 연구소 내부는 ‘생명’ ‘문화’ ‘창조’ 같은 글귀로 가득했다. 우리나라 상고사에 나오는 해모수는 제47대 고열가의 단군조선을 흡수통합하고 북부여를 건국한 인물이다. 작은 강의실 크기의 연구실 중앙에 놓인 지구본과 백두산 천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한민족의 얼을 되살려 지구 평화에 이바지하자는 뜻인 듯했다. 연구소 바로 위층에 있는 집무실의 벽면은 수백 권의 책으로 가득했다. 동의보감 같은 의학서적은 물론 상고사와 양자역학 관련 책까지 인문과 자연과학 분야를 망라했다.

◆판·검사의 꿈에서 한의사로

전남 나주 영산포 출신인 나 원장은 한의원을 운영하시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어릴 적 그의 원래 꿈은 판·검사였다. 식구들은 그가 판·검사로 출세해 집안을 일으켜주길 바랐다. 1980년대 서울대학교 법대 본고사에 도전했지만 낙방했다. 이후 서울의 옥수동 달동네에 있는 이모 집에서 1년간 재수했다. 서울 법대에 재도전한 결과 이번엔 합격점에서 2점 부족했다. 같은 점수로 고려대엔 4년 장학생으로, 경희대엔 6년 장학생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대에 가는 대신 고려대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아버지께 제안했죠. 1년 더 재수하느니 차라리 고려대에서 장학금 받고 다니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그러나 아버지의 대답은 예상을 빗나갔다. 판·검사보다는 자신의 뒤를 이어 한의사가 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경희대 한의학과 입학을 조언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나 원장의 인생 진로는 한의사로 수정됐다. 운명이 바뀐 것이다. 한의대를 졸업한 뒤 상계동 백병원 앞에서 개원했다.

고향에서 명의로 통했던 아버지의 훈계는 늘 한결같았다. “돈을 벌기보다 환자에게 잘해줘야 한다.”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아버지의 교훈을 떠올렸다. 기회가 되면 어떤 모양으로든 사회에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된 것도 아버지의 평소 가르침에서 비롯됐다.

◆삭발하며 뛰어든 선거

지난 2012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나 원장이 자신의 꿈을 실행에 옮기게 된 계기였다. “민족적 교육감을 모신다”는 어느 일간지 광고를 본 것이 발단이었다. “광고를 보니까 정말 이 나라에 민족적 지도자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본인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출정을 앞두고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어머니에게 부탁해 삭발까지 했다. “환자의 병을 고치는 것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치료해 사회적 건강을 회복시키자. 그러기 위해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진료실을 넓히자.” 이런 각오로 진료실을 박차고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교육감이 되지 못했다. 2013년 4월엔 서울 노원구병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도전했으나 역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그가 내세웠던 제1공약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였다.

그래도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회에 헌신하기로 한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는 집무실 한켠에 ‘홍익우주(弘益宇宙)’란 말을 한자로 써 붙였다. 인간세계를 넘어 우주를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단군의 홍익인간보다 확대된 개념이라고 한다. 나 원장이 추구하는 이념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특정종교 없지만 창조주 믿어

그에겐 특이한 이력이 또 있다. 특정 종교를 신봉하고 있지는 않지만, 창조주의 존재는 믿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죽을 고비를 세 번 넘기고 난 뒤 이 같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의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창조주가 나올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에 양심이 있다는 것도 하나님이 계신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부패하고 타락한 종교계를 볼 때면 그도 고개를 젓는다. 서로 포용하고 화평해야 할 종교가 다투고 분쟁을 일으키는 등 사회 분열과 싸움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종교가 배타성을 버리고 창조주 안에서 하나가 되고 그의 뜻을 따를 때 진정한 평화가 온다고 했다.

나 원장은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만들었던 나대용 장군과 독립운동가인 나철 선생의 후손이기도 하다. 구국영웅의 피를 이어받은 만큼 그는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조상을 생각한다. 또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항상 이들의 묘를 찾아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세월호 침몰 등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나라가 분열되는 모습에 그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우린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아직도 탐욕을 버리지 못한 채 여태껏 싸움만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침몰하는 형국입니다. 이럴 때 솔선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주십시오.” 그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나기환 원장 약력
-경희대 한의학과 전 겸임교수
-경희대 한의학과 현 외래교수
-해모수융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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