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가방 브랜드 잇츠백 정민식 대표 인터뷰

군더더기 없으면서 포인트 있는 디자인에 착한 가격까지
나만의 작품 탄생할 때 짜릿함, 디자이너로서 행복해
패션위크서 로컬 브랜드의 진정성 담긴 방향 제시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최근 달나라 여행의 첫 주자인 닐 암스트롱(1930~2012)의 비밀의 가방이 공개됐다.

46년간 공개된 적 없던 암스트롱의 가방 안에는 달 표면에 인류의 첫 발자국을 남기는 순간 함께 했던 물건들로 가득했다. 희고 특별할 것 없던 가방이 암스트롱이라는 우주항공사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늘 손에 잡히는 ‘내 가방’은 어떤 자신을 표현주고 있을까.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놈코어’에 실용성 있는 디자인으로 현대인의 디자인 심리를 어필하고 있는 컨템포러리 가방 브랜드 ‘잇츠백(ITSBAG)’의 대표 정민식을 통해 로컬잡화브랜드의 진정성과 방향성을 들어보았다.

▲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 잇츠백 정민식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다양한 표정’ 그리고 가방

국민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패션기업에 취직했던 정 대표. 회사에서 엠디로 디자인과 기획 일을 맡아 4년간 사회생활을 하던 즈음 ‘이것이 내가 대학생활 때 꿈꾸던 모습일까’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더라도 더 이상 자신만의 작품을 탄생시켰을 때의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뻔한 미래가 눈에 보이기도 했다. 대학 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짜릿했던 성취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회사를 관두고 쇼핑몰을 오픈한 정 대표, 때마침 ‘스타일 난다’ 등 디자이너 쇼핑몰이 등장하던 터라 정 대표도 디자이너 브랜드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것이 2007년도의 일이다.

“대학교 시절 그려본 미래의 내 모습과 회사원이던 내 모습은 많이 차이가 있었죠. 특히 내 옷이 탄생했을 때의 짜릿함이 회사원 시절과는 사뭇 달랐어요. 결국 디자이너로서의 성취감을 쟁취하기 위해서 회사라는 틀을 나오게 됐어요.”

여성가방이 주를 이루던 시절, 남성용 가방 쇼핑몰로 잇츠백을 론칭했던 정 대표는 당시에는 파격적인 홍보방식을 택했다. 바로 제품 사진을 나열하기 보다는 콘셉트가 있는 동영상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며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사진에서 확인할 수 없던 포인트를 영상으로 제공하고 있어 입소문은 빠르게 퍼졌고 결국 랭킹닷컴 가방 쇼핑몰 섹션에서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가방 브랜드 론칭 전에 남성복에서 쓴 맛을 봤던 정 대표로서는 주춤했던 시기에 새로운 날개를 단것과도 같았다.

회사생활 때 모아 둔 돈을 자본금으로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했던 정 대표는 한 달에 열흘 정도는 중국 현지에서 보냈다.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제품으로 탄생했을 때의 성취감 그리고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그에게 새로운 꿈을 선사해 줬다.

잇츠백의 주가가 점점 올라가던 시절 드디어 2010년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꿈꾸던 패션위크에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잇츠백이 지향하는 ‘다양한 표정’을 들고.

잇츠백이 제시하는 디자인의 모티브는 ‘다양한 표정’이다. 절제된 디자인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감동 그리고 각자의 색이 가지는 특별한 감성을 다양한 디자인에 접목 시켰다. 로고를 패턴화 시켜 가방에 안착하는 로고 플레이로 이목을 끌었던 잇츠백은 패션위크에서 로컬 브랜드가 보여주는 다양성을 각인시켰다.

“가방이 과하면 안 되죠. 그렇다고 심플하면 재미가 없고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해보자는 데 의의를 뒀어요. 한 때는 너무 덜어내서 무시당할 때도 있었고 한 때는 과한 장식으로 짝퉁 같다는 소리도 들었죠. 그래서 중간 지점을 찾은 것이 지금의 이츠백 디자인이예요. 군더더기 없는데 예쁘면서 포인트 있는 것.”

잇츠백이 패션피플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또 한 가지, 바로 높은 퀄리티에 비해 착한 가격대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2009년 롯데와 손을 잡고 백화점에 입점하게 된 잇츠백은 국내 현지 공장을 마련하면서 프로모션 비용을 줄이게 됐고 소비자에게는 착한 가격을 제시하게 됐다.

가죽 제품이지만 타 브랜드가 제시하는 가격에 비해 4분의 1 수준의 20~30만원대를 자랑한다.

정 대표는 “우리가 제시하는 가격 한도에서는 최고의 장식, 지퍼, 가죽을 쓴다. 공장 인력도 손발이 잘 맞아 퀄리티도 잘 잡혔다. 소비자들은 이런 부분들을 높게 보는 것 같다”며 착한 가격에 대한 진정성을 밝혔다.

▲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 잇츠백(ITSBAG)을 대표하는 유니크한 가죽 소재의 제품들. (사진제공: 이츠백)
◆컨템포러리 디자인과 만난 티볼리

잇츠백은 가죽 본연의 색감을 잘 살리되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색 조합으로 컬러풀(Colorfu)한 감성을 한껏 어필한다. 그러나 정 대표는 깔끔하면서도 에지를 느낄 수 있는 잇츠백의 베이직 디자인에서 한층 다양화된 색감과 트렌드를 느낄 수 있는 ‘시즌 캠페인’으로 잇츠백만의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선보인 시즌 캠페인은 매 시즌 때마다 잇츠백이 제시하는 다양한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통로로 보통 유니크하고 고급화된 디자인을 다뤘다면 지난 S/S 시즌 캠페인에선 그래픽 아트로 영한 느낌의 아트 클러치를 선보였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젊은 패션피플에게 어필했던 이츠백의 저력은 최근 ‘올해 가장 기대되는 신차 1위’에 선정된 쌍용의 티볼리와의 콜라보레이션에서 빛을 발할 예정이다. 오는 6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티볼리는 이미 지난해 파리 모터쇼에서 잇츠백과의 콜라보로 현지 바이어에게 높은 호응도를 이끌어 냈다.

운전석 시트 뒤에 탈부착 되는 가방을 잇츠백이 콜라보로 선보인 것이다. 당시엔 자석으로 탈부착을 선보였으나 티볼리 공식 출시 때는 좀 더 보완된 백팩 패키지로 소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티볼리와의 콜라보는 수입 목적이 아닌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보여줄 수 있는 방향성에 대한 의의였어요. 시즌 캠페인도 우리 브랜드가 들려주고픈 이야기의 통로를 넓히는 데 목적이 있어요. 단순히 내셔널 브랜드가 아닌 디자이너브랜드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은 거죠.”

현재 18개 오프라인 매장과 9개 온라인몰 운영을 넘어 중국 유통망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는 정 대표는 올 한해 잇츠백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여성 핸드백 라인과 처음 도전했던 남성 가방 그리고 빈티지 라인 등 총 3가지 라인 론칭을 앞두고 있다.

이미 수요는 검증된 상황인 만큼 공급의 통로를 점차 넓혀나가며 로컬 브랜드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정 대표는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려면 디자이너로서의 성취욕도 중요하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회사생활을 추천합니다. 회사의 경영이나 기획, 운영 방식 등은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해요. 몸소 체험하고 경험을 쌓는 것만이 좋은 스펙을 쌓는 길 중 하나라고 봐요. 이 과정을 겪게 된다면 시행착오도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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