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프로그램 중 학교가 원하는 것 선택
학생들 체험하며 인성·진로탐색 동시에
연내 100개 학교 유치 목표
또 다른 씨드콥들 생겨나길

▲ 청소년 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 및 단체 12곳이 모여 사회적협동조합 ‘씨드콥(SEED CO-OP)’을 발족했다. 씨드콥의 모델을 구상하고 설립을 주도한 이승환(30) 대표이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인생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공교육 내에서 학생들이 ‘창의체험’을 통해 인성 함양은 물론 진로 결정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최근 새로운 형태의 교육 협동조합으로 주목받고 있는 단체가 있다. 12개 청년교육 사회적기업이 모여 만든 사회적협동조합 ‘씨드콥(SEED CO-OP)’이다. 씨드콥의 목표는 ‘방과후학교’라는 공교육 체제를 통해 창의체험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공교육엔 힘을 실어주고 학생들에겐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씨드콥의 모델을 구상하고 설립을 주도한 이승환(30) 대표이사를 만나 비전을 들어봤다. 이 대표가 ‘창의체험’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학창 시절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던 그는, 참여정부 시절에는 국무총리 청소년보호위원회 참여분과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자발적으로 더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됐다.

그의 학과가 봉사나 사회공헌활동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법대생이다. 친구들과 농구를 하는 게 즐거웠던 그는 대학교 1학년 봉사활동 중 만난 정신지체 학생들과 농구를 하게 됐다. 순수하게 그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 시작한 농구는 한국 최초의 ‘정신지체인 농구단(MRBT)’을 탄생시키게 했다. 이후 참여한 청소년 인권활동에서는 그와 다른 길을 걸어온 또래들을 만나게 됐다. 홈스쿨링이나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그들은 그간 이 대표가 만났던 흔히 ‘엘리트’라 불리던 학생들과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더 책임감 있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인권활동이 아니었다면 그들을 문제아로만 인식했을 터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 대표는 ‘사람’과 ‘경험’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때문에 이후에도 자신의 재능을 나눠가며 다양한 경험들을 해나갔다. 재일교포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해주거나, 한국과학창의재단 소속 ‘대한민국 대학생교육기부단’ 대표 활동 등 꾸준히 교육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그렇게 10여년이란 세월을 보내는 가운데 2~3년 전 고민 하나가 생겼다. ‘내가 이 사회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마음에 새긴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바탕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결론은 ‘교육’과 ‘의료’였다. 아프지만 않고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수만 있다면 누구든지 사람답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일류 대학 진학 후 대기업’이란 코스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었다. 공교육의 과정은 부족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없는 것이 있었다. ‘경험’이다. 학교와 학원에 갇혀 사는 청소년에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 대표 자신이 경험을 통해 그 이치를 깨달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결론을 내린 후 이 대표가 구상한 첫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사회적교육협동조합 ‘씨드콥’이었던 것. 하지만 혼자 힘으론 부족했다. 때문에 청소년 교육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 기업과 단체를 만났다. 그렇게 10여개월 준비 끝에 12개 단체와 창립멤버를 꾸리고, 지난 1월 21일 발기인 대회와 창립총회를 기점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 청소년 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 및 단체 12곳이 지난 1월 2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사회적 협동조합 ‘씨드콥(SEED CO-OP)’ 발족식 및 창립총회를 갖고 있다. 씨드콥의 목표는 ‘방과후학교’라는 공교육 체제를 통해 창의체험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공교육엔 힘을 실어주고 학생들에겐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진제공: 씨드콥)

씨드콥의 창립멤버에는 꽤나 유명한 곳들이 함께하고 있다. 공신, 극단 더더더, 대한민국대학생교육기부단, 개발도상국기부 플랫폼 더브릿지, 청소년지원네트워크 두드림, 링크잇(Link it), 청소년 체인지 메이커교육 어썸스쿨(Awesome school), 1인창조기업 에듀나래, 자아진로교육청년단체 인토피아, 청춘누리교육기부봉사단, 재능기부 플랫폼서비스 촉아카데미(Chalk Academy), 소프트웨어 교육창작커뮤니티 코딩클럽 등이다.

대전에서 유명한 에듀나래는 비행기를 만드는 10주 과정을 통해 인성교육과 진로탐색을 진행한다. 비행기를 개발한 라이트 형제에 대한 인문학 강의에서부터, 항공산업이나 승무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어썸스쿨은 12주 혹은 18주의 과정을 통해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최종적으로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거침없이 자신의 꿈에 대해 소개할 수 있도록 ‘꿈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창립멤버와 함께 올해는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씨드콥의 교육을 채택하는 학교가 늘어날 수 있게 열심히 발품을 팔 생각이다. 씨드콥은 12개 조직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학교에 소개하고, 학교는 원하는 것을 택해 방과후교실의 프로그램으로 사용하면 된다. 계약은 방과후교실(자유학기제, 토요교실, 돌봄교실 등)에 편성된 학교 예산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은 최소화 된다.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진입이 쉽지 않다. 창의체험 교육을 받아들이는 지역적 편차도 아직은 크다. 올해 목표는 100개다.

 
씨드콥이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것도 숙제다. 학교나 교육청에 단체의 취지를 이해시키는 것은 물론 아직 낯선 사회적협동조합모델을 이해시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끝까지 이 모델을 유지할 계획이다. 씨드콥 설립의 순수한 목적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씨드콥을 통해 청소년들은 미래를 찾고, 청년 교육가들은 자신의 좋은 콘텐츠를 학교 현장에 널리 알리는 기회를 얻길 바란다”며 “또 힘겹게 활동하는 청년교육가들의 롤모델이 되도록 열심히 활동해 또 다른 씨드콥들이 생겨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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