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석 한국언론인협회 회장

남북에 UN본부 분산 설치
일자리 창출 ‘블루오션’
통일·동북아평화와 직결

6.25참상 겪으며 평화 갈망
언론계 생활 50년 몸 담아
“통일 이루려면 자주 만나야”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남북이 대치하고 미·중·일·러 등 4강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와 세계평화 질서에도 위협을 줄 수 있는 한반도에 UN본부를 유치하면, 한반도 안정과 동아시아평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한반도 평화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남북이 안정 속에서 통일의 기반을 구축해 남북평화 통일의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확신해요.”

흔히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평화와 직결된다고 말한다. 그런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UN본부를 유치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성대석(77) 한국언론인협회 회장. 천지일보와 최근 인터뷰를 진행한 원로 언론인인 성 회장이 ‘아시아의 심장 한반도 UN본부’라는 책을 내고 UN본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철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한다. 허공에 외치는 소리가 결코 아니라는 의미다.

우선 성 회장은 아시아의 심장이 ‘한반도’라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UN본부는 뉴욕, 스위스 제네바, 오스트리아 빈, 케냐 나이로비 등 총 4곳에 있다. 하지만 세계인구의 60%, 지구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아시아에 UN본부가 없다는 것은 너무 모순이라고 성 회장은 지적했다.

“한반도에 UN본부를 유치하면, UN본부와 UN본부 산하 국제기구 등에서 일할 1만여개의 세계 최고급 UN공무원 일자리가 생겨요. 구체적으로 3000여명의 직원이 있는 UNICEF와 같은 UN기구 6개가 한반도 UN본부에 들어간다고 봤을 때, 억대 연봉의 UN공무원 일자리 2만여개가 창출됩니다. 이 중 절반을 현지에서 채용해야 한다는 UN규정에 따라 한국 젊은이 1만여명이 UN에서 일할 수 있게 돼요. 또 UN본부 운영과 관련한 각종 서비스 외주업체 등이 생겨 한반도 UN본부는 그야말로 한국 젊은이를 위한 좋은 ‘일자리 보고’가 될 것입니다.”

성 회장은 남북에 UN본부를 분산 설치할 경우,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이 무력에 의한 적대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미국·중국 등을 비롯한 제3의 국가도 UN기구가 있는 남북에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 북한은 특히 체제보존과 안정이 보장돼 핵무기 보유 명분도 사라진다.

성 회장은 “공포와 불신만 키워왔던 군비경쟁의 필요성도 사라진다”며 “특히 대화협의체가 없었던 동북아에 ‘다자간 대화기구’가 마련돼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이 동아시아의 평화 코디네이터가 되기 위해선 한반도에 UN본부를 유치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반도의 안정과 비핵화나 핵무기 감축, 영토분쟁 종식, 미국·중국의 군사대결을 예방해 동북아지역의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성 회장이 UN에 관심을 둔 데는 직접 겪은 전쟁의 참상과 무관치 않다. 그는 유년시절에 6.25전쟁으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 1.4후퇴 등 전쟁의 참혹함을 겪으면서 ‘전쟁은 왜 하나’ ‘전쟁을 막을 수 없나’ ‘국가의 책무는 무엇인가’ 등도 고민하게 됐다.

성 회장은 “당시 라디오를 통해 접한 제2대 UN사무총장을 지낸 스웨덴의 다그 함마르셸드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며 “그가 전쟁의 고통을 겪는 한국인에게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모습은 UN의 역할과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외교관이 되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이를 이루지 못하고 언론계에 몸을 담았다.

1964년 동양방송(TBC)에 입사한 그는 대한민국 방송기자 1호로서 KBS 앵커 등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언론계 생활 50년을 맞았다. 50년 언론인의 소임을 정리하며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남북통일의 바람과 UN본부 유치의 당위성을 ‘아시아의 심장 한반도 UN본부’라는 책에 담아냈다.

성 회장은 UN본부 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정부와 국회, 국민 모두 유치 필요성에 공감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또한 미·중·일·러 등을 비롯한 UN회원국에게 한반도 UN본부 유치의 당위성을 납득시킬 수 있는 끈질기고 다변화된 외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6.25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목격했던 그이기에 한반도 통일에 대한 생각 역시 남달랐다.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하기 위해선 먼저 남북이 합의통일에 합의하는 것입니다. 이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일본, 러시아 등 4강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한반도의 통일이 동북아평화에 기여하며, 그들의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외교력을 잘 발휘해야 해요. 이렇게 분단된 상태로 가다가는 우리 한민족은 번영은커녕 쪽박을 차는 신세가 될 수 있어요.”

성 회장은 강대국 놀음에 의해 한반도의 허리가 잘리는 ‘반신불수’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통일을 위한 남북 간 대화의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동·서독은 분단 45년 동안 7차례의 공식 정상회담과 6차례의 비공식 정상접촉이 있었다”며 “공식회담 중 4차례 회담은 베를린장벽 개방 이전에 있었고, 3차례는 베를린장벽 개방 이후 동독정권의 붕괴과정이 시작된 후 열렸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 우리는 분단 70년 동안 2번의 정상회담만 있었다. 남한은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통일을 부르짖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회장은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치인과 지식인은 우리 민족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전 세계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통일은 우리 문제이기 때문에 남한테 의지해선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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