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무상복지, 그 아름다운 이름의 허물
[아침평론] 무상복지, 그 아름다운 이름의 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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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중국 드라마를 전문으로 하는 TV 채널, 히어로 액션에서 방영된 ‘공자(孔子)’ 드라마는 시종 일관 흥미진진한 가운데 끝이 났다. 공자는 중국 춘추시대 노(魯)나라에서 태어나 일생 동안 인덕(仁德)의 도를 배우고 닦아, 전파해온 대학자이자 대교육가로서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니 새삼스레 부언(附言)할 필요는 없겠다. 공자에 대해서 필자도 논어 등 책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인지라 관심을 갖고 시청했다.

공자가 노나라의 대사구(大司寇)직을 버린 후, 그의 나이 55세에 이르러 제자들과 함께 인근 열국인 제, 위, 송, 진나라 등을 돌아다니면서 인륜이 기본이 되는 혁신 정치를 이루고자 힘썼지만 끝내 좋은 정치를 위한 제언을 열국 군주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68세에 고국 노나라로 다시 돌아와서 후진 육성에 힘쓰며 여생을 마감했는데, 공자가 실현하려고 했던 이상(理想) 정치는 당시 위정자들의 욕심의 벽에 막혀 빛을 보지 못했음은 안타까운 교훈으로 남는다.

사실, 요즘 역사 드라마나 영화 내용에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점이 더러 있어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는데, 히어로 액션의 ‘공자’ 드라마에서는 내레이션으로 현대적인 경향을 끼워 넣은 전문가들의 해설이 가끔씩 나온다. 이는 실제 사실에 바탕을 두었거나 또는 논어에 기록된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는 의도로 보여 이해하기 쉬웠다. 드라마를 보면서 필자는 전개 내용들이 공자 연보(年譜)에 맞는가 싶어 간간이 논어 책자상의 연보를 확인하기도 했다.

논어(論語)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이 담긴 어록이다. 위영공편 29에는 ‘子曰 過而不改가 是謂過矣니라’는 말이 나오는 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진짜 허물이라 한다”는 풀이다. 상설(詳說)하면 허물이 있으되, 능히 고친다면 허물이 없는 데로 돌아갈 수 있다. 허물을 고치지 않는다면 그 허물은 장차 고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대목을 보는 순간 필자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복지(福祉)’라는 단어였다.

복지는 민주주의 어느 나라에서든 최대 이슈다. 복지 실현이야말로 국가의 책무이기도 해서 국민은 국가로부터 당당히 복지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니 수혜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복지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복지가 되려면 재정적 건전성과 시간적 지속성이 전제돼야 하는 바, 국민복지가 항구적으로 지속되기 위한 충분한 재원 대책이 마련되어 있는가 이것이 기본적인 문제다. 도중에 중단된다면 그것은 완전한 복지가 아닌 것이다.

완전한 복지를 실현하려면 그 종류와 방법을 잘 알고서 우리 실정에 맞는 복지제도가 자리 잡아야 한다. 지금처럼 국가재정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상보육, 무상급식, 기초연금을 비롯해 반값등록금 등 무상복지를 계속한다는 것은 자칫 무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복지 유형을 선택하고서 선별적 복지(혹은 선택적 복지)를 할지, 보편적 복지로 나갈지에 대한 국민 합의가 필요하겠고, 안정적인 재원 조달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공약한 ‘무상복지’가 현재 시행중에 있다. 증세 없이 5년간 복지재원 135조원 마련을 위해 세입을 늘리고 세출을 줄이는 모양의 공약가계부를 만들었지만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지하경제활성화 조치로 27조 2000억원을 확충한다고 했지만 세입 확충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혼란만 키웠다는 자책이 따르고 있고, 사회간접자본(SOC), 산업, 농업분야에서 21조 1000억원 규모의 예산 절감책을 세웠지만 올해 예산은 더욱 늘어난 상태다.

또한 경기 부진으로 국세수입이 목표액에서 크게 미달됐는 바, 2012년 2조 8000억원, 2013년 8조 5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9조원대의 미징수 등 최근 3년간 20조 5000억원의 세수가 펑크 났다. 그러한 사정임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이 무상복지정책을 꾸려가겠다”는 입장이 단호하다. 여당 대표가 나서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 항변하기도 했지만 세금을 올리지 않고 그렇게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국민은 여전히 ‘꼼수 세금’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든 적은 세금, 큰 혜택을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저세금·중복지제도로는 나라곳간이 거덜 날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방지하려면 국민 합의로 현재 복지시스템 개편과 함께 재정 관리의 건전화를 꾀하고, 필요하다면 합리적인 증세를 해야 한다. 무상복지가 아름다운 이름일지라도 그에 허물이 있다면 과감히 뜯어고치는 게 맞다.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진짜 허물이라 한다”는 공자의 금언(金言)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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