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당헌(黨憲)을 보면 안다, 기본이 바로 선 정당인가를
[아침평론] 당헌(黨憲)을 보면 안다, 기본이 바로 선 정당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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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지난해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헌법 제8조 제4항의 규정에 근거해 정당 강제해산을 결정했다. 그 날짜로 정당 등록업무를 맡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등록을 취소함으로써 ‘통합진보당’이란 명칭이 사라졌다. 사상 초유(初有)의 일인 정당 강제해산 사건 이후에 일부 사람들은 헌재가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또 다른 편에서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규탄하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보수와 진보 양편은 극명한 시각 차이를 보였다.

이 사건이 있고 난 후 여론조사에서 헌재가 ‘무리수를 두었다’ 35∼40% 정도보다는 ‘잘된 결정이다’가 55∼60% 정도로 나타나 통합진보당이 정치를 잘못했고, 정당 본연의 목적과 활동에 어긋났다는 결론에 방점을 찍었다. 어쨌든 헌법재판소의 정당 강제해산 이후 헌법학자나 정당 연구가들은 민주주의와 정당과의 관계에 대해 더 피력했고, 일반국민도 정당제도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며 정치결사체로서 정당이 민주적 기본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데 수긍하고 있다.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충실히 지키려면 정당법에 어긋나지 않고 또한 정당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정당의 기본규범인 강령과 당헌이 제대로 규정돼 있는 상태에서 그 내용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당내 활동에서 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잘 따라야 한다는 말이 되는데, 현재 우리나라 거대 양당의 당헌을 살펴보면 이와 동떨어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은 정당의 당헌이 현실과 괴리(乖離)된 부분이 있어 당 지도부가 당헌을 알차게 보완해야 하고, 잘 정비된 당헌·당규를 좇아 당무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일이지만, 정당법에서 정당 대의기관의 결의는 서면이나 대리인에 의해 의결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 중앙위원회가 서면 위임장으로 당무를 일방 처리한 후에 당원 소송으로 법원에 의해 취소된 적도 있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현존하는 정당의 명칭이나 그 유사한 명칭을 정당법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으나 당권 도전에 나선 문재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은 당명을 ‘민주당’으로 변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는바,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16개 정당 중에는 ‘민주당(대표 강신성)’이 존재하고 있는 상태다.

정당의 당헌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필자가 보건대, 우리나라 양대 거대 정당인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당헌 규정의 체계, 그 내용과 운영 면에서 잘못된 부분이 상당하고 입법불비(立法不備)도 더러 있다. 그나마 당헌 규정이나 제도 운영에 있어 다소 앞서나가는 쪽이 새누리당이라 여겨지는데, 그 근거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상시적 운영, 당대표 유고시 대행 체제, 비상대책위원회의 규범화 등 핵심 골격에서 새정치연합보다 상세하고 더 민주적이라는 데에 있다.

새정치연합의 2.8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은 김성곤 위원장이 그 내용과 관련해 한마디 했다. 그는 지난주에 열린 ‘정당 구조적 혁신을 위한 분권추진모임’ 축사를 통해 “최근 당헌·당규 개정을 위해 새누리당과 우리 당 당헌·당규를 꼼꼼히 훑었다. 민주화는 우리 당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되는데, 당헌·당규상 나타나는 당내 민주화 차원에서는 새누리당이 앞서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고, 당대표 경쟁에 나선 이인영 후보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당헌·당규에 명시된 민주적 절차에 따르겠다”는 연설 내용에서도 그 맥락이 잘 나타나 있다.

양당 당헌에서는 ‘당 대표가 궐위될 경우’와 ‘해외출장, 사고로 당무를 직접 집행하지 못하는 경우’를 명백히 구분하지 않아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혼선을 빚을 때가 많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당헌상 그 근거를 새누리당과 비교해본다면 미흡한 편이다. 새누리당 당헌은 제113조에서 6개항을 통해 비대위 설치 근거, 위원장과 위원의 수 및 임명 방법, 최고위원회의 및 최고위원과의 관계, 존속기간 등이 명백히 명시돼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문제가 발생한 이후인 지난해 7월 31일에야 그것도 당헌 본칙에서 규정하지 못하고 부칙에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내용만 명시하고 있는 게 전부다.

우리 국민은 정치인을 불신하긴 해도 정치에는 관심이 높다. 하지만 대다수는 정치의 근간이 되는 정당의 기본 틀, 당헌과 민주적 운영에 대해선 간과(看過)하는 편이다. 정당이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니만큼 그 주인은 지도부가 아니라 당원이라는 사실은 분명한데, 주인이 방심하는 사이에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의 간부들은 누구 하나 입법불비 또는 실제와 괴리된 문제투성이 당헌·당규를 제대로 개선할 생각을 가지지 않는다. 지도자들마저 자기사람 확보에 매달리거나 당권 경쟁에 안달하고 있으니 기본이 바로 선 정당이 자리 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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