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재정 투명화 절실
주지 맘대로 “주지불교”

“명백한 잘못 인정 안해”
붕괴된 승가 어찌 할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스님 1명, 재가자 5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계종의 현주소를 심도 있게 고심하고 개혁과 변화를 논의하는 대중공사(끝장토론)에 참여한 것이다. 지난 22~23일 6시간 동안 이어진 끝장토론은 결론 없이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였다.

대한불교청년회는 이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과 조계사 안심당에서 ‘조계종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대중공사라는 명칭을 걸고 끝장토론을 열었다. 토론 패널로는 자성과쇄신결사본부장 도법스님과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우희종 서울대 교수, 김종규 교단자정센터 원장이 참여했다.

사찰의 불투명한 재정 문제, 금권선거와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선거풍토, 계파정치, 스님들의 도박과 음주, 종회의원 폭력, 스님의 자질 논란과 불신, 비민주적 종단 운영, 국가권력 종속화와 세속화 등의 문제를 논했다. 우희종 교수와 김종규 원장이 쇄신을 요구하는 창이 되고, 도법스님과 정웅기 위원장은 방패로 비치는 토론의 장이었다.

끝장토론(대중공사) 패널들은 한국불교 문제를 짚어내고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자면서, 또 사부대중(스님·재가자)이 모여 대화하고 속마음을 드러내는 토론의 문화가 종단에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토론의 첫 주제는 사찰의 불투명한 재정의 문제점이 도마에 올랐다. 김종규 원장이 대형사찰에 들어오는 수백억의 보시금이 투명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지적하자, 도법스님이 명확한 근거를 두지 않고 하는 발언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으니 자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계종 부정부패는 돈 문제”

우희종 교수와 김종규 원장은 종단이나 개인의 부정부패의 원인 제공은 교리 문제가 아닌 결국 돈이 문제라고 인식을 같이했다. 우 교수는 “조계종 문제는 개인 비리나 부정부패 문제라기보다 돈 문제”라며 “재가자들이 보시하는 자금이 불투명하고 특정스님의 개인수입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문제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이권에 현혹된 스님들이 계파를 형성해 계파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법스님은 “부처님 당시 스님들은 소유한 재산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조계종은 사유재산이 있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조계종 스님들을 비구라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며 “무소유 개념보다 공유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스님들이 힘을 갖기 위해 돈을 필요로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종법상 합법적으로 스님이 재산 소유하는 방법은 개인사찰”이라며 “그러나 많은 스님이 (종단에 등록한 공사찰이 아닌) 사설사암을 만들고 소유하고 있다. 개인사찰 생기면 얼마의 재원이 들어오는지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자들이 승보에 공양하는 것이 스님들에게 도박하라는 이유는 아닐 것”이라며 “재가자들은 사판승 개인에게 돈을 갖다 주지 말라는 것이다. 스님들에게 돈을 주면 할 것이 없어서 룸살롱을 가고 술 먹는다”고 성토했다.

이에 정웅기 위원장은 돈에 대해 “청빈과 공유라는 가치가 있다”며 “불교계가 특별히 돈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지나치다. 일부의 사례를 가지고 조계종 전체가 부패하다고 하면 억울함을 불러온다”고 받아쳤다.

◆범죄해도 처벌 안돼… 승가공동체 붕괴

또 다른 주제로 승풍(종파에 대대로 이어 오는 기풍) 타락이 심각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우 교수는 “자승 총무원장이 연임하면서 총무원 문제가 증폭되고 있다. 청규(청정한 규칙)를 만들어도 실현이 안 된다. 범계(범죄)를 해도 처벌이 안 된다”며 “특정계파 스님들의 사재만 털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사부대중 공동체가 제대로 되려면 스님들 공동체부터 튼튼히 서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스님들 공동체부터 붕괴됐다. 주지가 마음대로 하는 주지불교라고 한다”고 승가공동체 붕괴를 인정했다. 이에 김 원장은 “잘못 있으면 합당한 처벌이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잘못하면 처벌받는다는 풍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술을 먹고 음주운전한 스님(자승스님의 상좌)이 처벌받아야 하는 게 맞지만 자승스님은 “내상좌지만 엄히 처벌하겠다”면서도 그 다음날 솜방망이 처벌했다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종단 외압 논란을 일으킨 동국대 사태도 우려했다. 총장후보스님은 너무나도 명백한 표절마저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부터 허심탄회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부족한 것은 부족하다고 한 후 (정상화)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각차에도 “소통‘희망의 끈 놓지 말자”

6시간 이어진 끝장토론에서 서로의 시각차만 확인하고 입장을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정웅기 위원장은 “부처님이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게하라’고 했다. 오늘 논의한 내용이 누군가에게 아프고 누구에게는 기쁘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희망의 끈은 놓지 말고 계속 만나서 대화하자”고 소통을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끝으로 우희종 교수는 총무원이 추진하는 100인 대중공사를 거론하며 “100년 대계를 세운다면 분명 종단 내부에서 이야기되는 사찰재정 투명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임기 마무리 때는 최소한 교구본사급에서는 재정투명화가 실현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바람이 실현되면 부처님 앞, 총무원장, 도법스님, 재가불자에 각 3000배씩 1만 2000배를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재정 투명화가 조계종에서 비롯된 모든 문제의 해법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불교청년회는 법전스님 열반으로 연기했던 영담스님과 도법스님의 끝장토론을 오는 2월 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에는 김영국 소장과 정웅기 위원장도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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