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은 15일 동국대 이사회 장소 앞에서 논문표절 의혹규명과 총무원 교권 침해를 규탄하는 손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언론공개·안건순서 공방
보광스님 논문표절 실랑이

교수·학생, 외압진상 촉구
자승스님 관련 입장 회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외압 논란으로 법정소송까지 휘말린 동국대 총장선거 사태가 총장후보 논문표절 사건이 터지면서 또다시 연기됐다. 최근 열린 동국대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총장후보자 보광스님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한 철저한 검증 후 총장선임안을 23일 이사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동국대학교 이사회는 지난 15일 열린 제288차 이사회에서 5시간여에도 합의점을 끌어내지 못하고 제18대 총장 선출이 또다시 무산됐다. 이사들은 공방 끝에 연구진실성검증위원회의 조사(표절의혹 논문 검증) 결과를 놓고 차기 이사회에서 후보자 검증을 포함해 총장 선출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결의했다.

이사 13명 전원이 참석한 이날 이사회에서는 추가경정예산 승인안, 개방형이사추천위원회 위원 추천안, 총장선임안, 기타 등 7개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회의 공개 여부를 두고 의견이 충돌하며 한 시간여를 허비했다. 비공개를 주장한 성타·삼보스님 등이 제안을 철회하며 안건을 논의한가 싶었으나, 안건순서를 놓고 또 충돌했다.

◆시작부터 충돌… 양보 없는 팽팽한 긴장감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동국대 이사회의 첫 시작은 언론에 이사회 공개여부였다. 양보 없는 양측의 의견 대립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성타스님은 지난 이사회에서 이사들의 발언 전부가 공개되면서 불필요한 부분(의혹)까지 보도된 점을 지적하며 공개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스님은 “회의 공개로 이사들의 명예가 실추됐을 뿐만 아니라 의혹만 확산된 만큼 이번 이사회는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영담스님은 “동의할 수 없다”고 공개를 강력히 요구했다. 스님은 “정관에 적시된 비공개 사안이 아니라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비공개로 진행할 경우 더 많은 의혹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총장 선출은 그동안 공개를 원칙으로 진행해온 만큼 관례에 따라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쟁이 1시간 넘게 진행되자 원만한 진행을 위해 이사장 정련스님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양측이 양보하는 미덕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련스님은 “오늘 이사회는 새로운 총장을 모시는 자리로 원만한 합의로 진행되기를 바란다”면서 “모두가 동국대 발전을 위해 충정으로 하는 발언인 만큼 표결보다는 대화를 통해 합의로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안의 중대성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사실상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회의 진행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의견이 갈린 이사회 양측은 안건처리 순서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감정이 격해지면서 한때 이사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표절 총장 결격사유 ‘된다 vs 안돼’ 대립

영담스님은 유일하게 남은 총장후보인 보광스님이 현재 논문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님은 “모든 것이 명확하게 밝혀진 후 모시는 것이 보광스님에게도 명예로울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성타스님은 “논문 표절이 새로 모시는 총장의 결격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며 총장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의 대립으로 시간만 허비하자 결국 이사회는 보광스님의 표절의혹과 관련해 학교측의 설명을 요청했다.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오는 20일 본회의를 열어 제기된 의혹 가운데 보광스님이 인정한 1건에 대한 징계여부를 결정할 것을 보고했다. 진실성위는 또 나머지 부분에 대한 조사도 2주 내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 동국대 이사회는 15일 오전 본관 로터스홀에서 열린 제288차 회의에서 총장선임안을 상정하지 못한 채 결국 차기 이사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동국대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논문표절 의혹규명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표절논문의혹 선 검증 후 총장선출

연구진실성검증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한 박정극 부총장은 의혹이 제기된 총장후보 보광스님의 논문표절과 관련해 24편의 논문에 대한 사전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가운데 8편에서 위중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그는 “보광스님이 인정한 1건의 논문은 조사를 하지 않고도 표절에 대한 판정이 가능하다”며 “나머지 23편에 대해서는 2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규정대로 공정하고 신속히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1주일 후 이사회를 열어 표절의혹 조사결과를 놓고 판단해 후보자 검증을 비롯한 총장 선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최종 합의해, 5시간여 동안 첨예하게 대립한 이날 회의를 폐회했다.

◆교수협·동창회 ‘환영’… 징계·재선거 촉구

총장 선거가 차기 이사회로 연기되자 학내 구성원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만수 동국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은 “표절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당연히 재선거로 가야 한다”며 “이사회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둘로 갈라져 있는 양측 동창회도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논문표절을 인정한 보광스님(동국대 교수)의 징계를 요구했다. 이들은 “논문표절 문제는 총장 후보 자격에 앞서 교수직 박탈까지도 검토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장훈 제31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이사회에서 총장 선임을 미루게 된 결정에 환영한다는 입장과 함께 “후보자 검증보다 종단 개입을 통해 대학의 독립성을 침해한 부분이 보다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우리는 이 같은 원칙을 가지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문제 지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국대 총장 선거 외압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돼 법정소송에 휘말린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최근 연 신년기자회견에서 동국대 사태 관련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자승스님은 ‘코리아나 호텔 오찬’에 대해선 “질문은 했지만 이 자리에서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동국대 사태를 두고 총무원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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