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고종청사에 난입한 용역들에게 폭행을 당한 비대위측 정호스님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스님은 폭력배들에게 머리를 강타당하는 등 8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사진제공: 태고종 비상대책위원회)

거짓말 들통난 태고종 수장 도산스님, 슬그머니 대화 제의
비대위 “폭력집단 대화상대로 인정 못해”… 즉각 사퇴 촉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태고종 사태가 총무원청사를 뺏고 뺏는 과정에서 폭력(용역)배가 난입하고 유혈출동이 발생하는 등 거듭된 혼란으로 내분이 확산되고 있다. 50억원에 달하는 종단부채 문제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총무원과 비상대책위원회 간 극한 대립으로 치달아 태고종 정국의 향방은 더 깊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급기야 불법점거, 폭력 등으로 법정소송에 휘말려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양측의 첨예한 대립으로 종단이미지 추락은 물론 종도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총무원장 도산스님은 지난 1월 23일 비대위 측의 청사 기습 점거를 두고 “청사 점거는 불법 폭거”라며 자진 퇴거를 촉구했다. 시간이 지나도 비대위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총무원 측은 이달 11일 새벽 기습적으로 총무원청사를 재점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폭력배를 동원한 사실이 경찰조사에서 드러나 도산스님이 궁지에 몰렸다.

◆도산스님 “소모적 논쟁 끝내자”

11일 새벽을 틈타 폭력배를 동원해 총무원청사를 재점거한 태고종 총무원 측은 하루 만인 12일 청사에서 전격 퇴거했다.

총무원장 도산스님은 비대위에 “소모적 논쟁을 삼가자”고 제안하며 대화의 손길을 건넸다. 하지만 비대위는 이를 뿌리치고 전국 종무원장회의를 열고 집행부의 총사퇴를 촉구하고, 사회법으로 모든 범법행위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총무원장 도산스님은 성명에서 “총무원 집행부는 자칭 비대위측과 벌이는 물리적 충돌과 법적 대응 등 끊임없이 계속되는 갈등이 종권다툼으로 비치는 데다 너무나 소모적이고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더는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청사 퇴거입장을 밝혔다.

이어 비대위를 향해 “현 사태가 평화적으로 원만히 해결될 때까지 총무원청사를 완전 공실(空室)로 두며, 그 기간 누구도 청사에 진입하지 않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지금까지 발생한 모든 법적 문제는 사법기관의 객관적인 판단에 맡기고, 차후 서로 간에 더 이상 법적 대응과 중상모략 등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말자”고 말했다. 도산스님은 “종단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평화적인 대화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비대위 “위장 대화공세… 사퇴하라”

태고종 비대위 총무원장 권한대행 종연스님은 도산스님의 대화 요청을 뿌리치고 폭력 집단을 대화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총무원측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도산스님은 청사 진입 당시 호종국장 정호스님이 만취상태였다고 했지만, 병원측 혈액 검사에서 모든 스님에게서 음주 수치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또 “날이 어두워지자 폭력을 행사한 용역깡패 8명이 청사를 나오다 경찰에 연행됐다.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거짓말이었음이 판명됐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도산스님이 폭력배를 동원해 무리하게 청사 진입한 이유가 비리 장부를 숨기고자 한 것이라며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총무원측은 자신들의 비리 문건 일부가 밝혀지자 금고와 컴퓨터 등에 남아있는 더 큰 비리 등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무리하게 총무원청사를 폭력 점거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비대위측 스님 4명이 무차별 폭행당해 전치 2, 3, 6, 8주의 중상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행동으로 스스로 명분도 잃고 거짓말 집단으로 전락했다고 총무원 측을 꼬집었다. 또한 “폭력배들이 비대위 측 스님들을 몰아낸 후 소지품에 손을 대 100여만원의 현금까지 훔쳤다”고 덧붙였다.

종연스님은 “도산스님은 폭력 점거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자 위장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폭행을 지휘한 집단을 대화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폭력배 동원과 무자비한 폭행, 비리 등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도산스님은 즉각 총무원장직을 자진 사퇴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화없는 양측 공방가열… 장기화 우려

양측의 공방이 가열되면서 종단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태고종 한 스님은 “총무원과 비대위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린다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하지만 지는 쪽에서 수용하지 않는다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사태 장기화를 우려했다.

현재 경찰에 의해 청사 출입 자체가 차단됐다. 종무행정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종도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태고종청사인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은 현재 가압류 돼 경매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폭력이 폭력을 낳는 악순환이 계속돼 종단의 이미지와 신뢰도 추락을 피하기 어려워 종도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무원과 비대위측 스님들이 동수로 참여하는 ‘협상단’ 구성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양측의 대립이 첨예해 실현 가능성은 낮게 보인다. ‘종단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운 양측이 이번 사태의 해결방안을 어떻게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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