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불교태고종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중구 사간동에 위치한 태고종 총무원을 점거한 지 6일째인 28일 경찰이 출입구를 봉쇄한 가운데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총무원-비대위 연일 비방성명
‘네 탓’ 실랑이 사태 책임 전가

도산스님 경찰에 뇌물의혹까지
종교문제 무력한 경찰 ‘냉가슴’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불교태고종 교권을 둘러싼 집안싸움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급기야 태고종비상대책위원회측과 현 집행부 총무원측 스님들이 경찰에 줄줄이 연행되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경찰에 불려간 스님들은 총무원청사 강제 진입 혐의와 폭력 행사 등이 주된 이유다.

비대위측과 총무원측은 상대를 비방하면서도 자신들의 입장에서 공무 집행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을 비난하는 성명과 함께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6일째 태고종 총무원청사를 점거하고 있는 태고종 비대위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무원청사 진입이 종단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항변했다. 비대위 스님들은 “청사 안에서 도산스님 비리가 담긴 ‘장부’를 입수했다”고 폭로하며 “(현 집행부가) 이에 대한 답이 없으면 공개할 것”이라고 집행부를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이들은 “총무원청사에 진입한 스님들은 (태고종 승적을 가진) 호종위원으로 종단 정식스님이다. 도산스님은 이들 스님을 ‘승복 입은 괴한’으로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스님 폭력 의혹에 대해 “진입 당시 폭력은 없었다. 도산스님측이 폭력으로 음해한 것”이라며 CCTV 등 증거물과 함께 명예훼손과 무고로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대위 총무부장 대혜스님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성명을 통해 “총무원장 도산스님의 종단운영이 얼마나 비리로 얼룩져 있는지를 알고 이를 밝히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 점거” vs “종단 정상화”

비대위는 “집행부는 종단의 정상화에는 뜻이 없고 자신들의 자리 보존만을 생각하며 언론을 통해 비대위를 음해하고 모함하는 철면피함을 보이고 있다”며 “총무원청사에 있는 종단 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종단운영이 비리로 얼룩져 있음을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집행부는 삼보정재(사찰재산)를 소송이나 총무원청사 방어 비용으로 승려와 일반인에게 1억여원에 달한 경비를 지급했다. 또한 관련 운영자금을 마련코자 총무원 명의로 거액을 차용(서류)했다. 이뿐 아니라 총무원장 도산스님이 지역의 모 경찰관에게 정기적으로 고가의 식사를 대접하고, 뇌물로 추정되는 고액의 돈을 제공했다며 금금수수 의혹까지 제기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도산스님을 뇌물공여자로 몰아세운 비대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태고종의 도덕적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위는 또 도산스님이 자신을 고소한 스님들을 ‘종단 수호’ ‘종단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모두 멸빈(종단에서 추방함)시킨 것은 도를 넘어서 독단적 종단운영이라고 비방했다. 이들은 종단 내분사태에 대해 “종단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소불위의 폭군적 종무행정을 휘두르던 도산 집행부에 의해 작금의 상태에 돌입했다”며 도산스님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 대혜스님은 기자회견 직후 총무원청사에서 빠져나와 종로경찰서에 자진출두해 총무원 강제 진입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경찰이 출입구를 봉쇄한 가운데 출입금지 공고문이 붙어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태고종사태 경찰에 책임 전가한 승려들

앞서 26일 집행부 총무원은 총무원을 점거한 비대위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면서 경찰에 수사를 촉구하는 가두행진과 경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총무원청사에 난입한 자들은 공권력을 무시하고 폭력을 자행한 현행범”이라고 주장했다.

총무원 스님들은 “지난 23일 비대위를 사칭한 승려 십수명이 망치 등 흉기를 들고 불법 난입했다”며 “이들은 차마 승려이자 수행자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특수폭행과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태고종은 비대위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총무원장 명의로 종로경찰서에 시설보호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총무원은 “불법 폭력난입이 있던 시각에는 경찰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고 경찰의 직무유기를 지적했다. 스님들은 “현 시간까지도 폭도들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명백히 법을 위반한 현행범들을 보호하고 있는 공권력의 행태에 대해 비탄과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총무원은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경찰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도 같은 날 경찰청을 방문해 편파적 공권력 행사에 대해 항의했다. 비대위는 “태고종 중앙종회 결의로 총무원장 도산스님은 해임됐다”며 “도산스님 명의의 모든 공문은 허위 불법문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총무원청사는 누구나 출입할 수 있도록 개방된 건물이다. 경찰은 도산스님측 주장만 받아들여 편파를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총무원과 비대위가 자신들의 입장에서 공무 집행이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경찰을 압박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공정한 공무 집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십억 종단부채 ‘책임공방’ 사태 키워

종권을 차지하기 위한 총무원과 비대위 간 힘겨루기는 법정다툼까지 번지고 있어 태고종 사태의 해결이 쉽지 않다. 지난해 중앙종회의장 혜공스님과 일부 원로스님 등이 도산 총무원장 불신임을 강행하면서 내부 갈등이 깊어졌다. 수세에 몰린 도산스님이 종연스님을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 인준한 중앙종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적대응에 나선 상태다.

2013년 7월 총무원장에 당선된 도산스님은 태고종단의 개혁을 외치며 변화를 예고했다. 스님은 수십 억원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선 청문회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고 종단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산스님은 일부의 반발에도 청문회를 강행했다.

하지만 이 청문회가 화근이 됐다. 종단 부채만 47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전 총무원장 인공스님과 전 동방불교대학장 자월스님에게 물어 종단 최고형인 ‘멸빈’을 시켜 태고종단에서 쫓아내 버린 것이다.

이에 중앙종회의장 혜공스님과 원로스님들이 중심이 돼 반기를 들고 나서 현 사태에 이르렀다. 일련의 사태를 두고 대화와 소통의 부재가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양측의 원만한 대화 없이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태고종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