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원희룡 제주도 지사가 지난 2일 제주도 김녕읍 구좌체육관에서 벌어진 제95회 전국체육대회 남자농구 준결승전에서 군팀인 상무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깜짝 방문했다.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우리 제주도를 위해 열심히 경기를 해 고맙다. 좋은 성적을 거둬 이번 체전을 빛내주기 바란다”며 원희룡 지사는 당부했다. 상무 선수들은 원희룡 지사를 처음에는 잘 알아보지 못하다 제주도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제주 대표 상무팀은 3일 서울 대표 고려대와의 결승에서 2차 연장전까지 치르는 대접전 끝에 아쉽게 패배,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도내에 남자 대학 및 고교 농구팀이 없는 제주도가 전국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상무팀이 제주 대표가 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2002년 이후 12년 만인 올해 체전을 유치한 제주는 체전 주최시도로서의 관례에 따라 상무 농구팀을 대학 및 일반부 대표로 내세우게 된 것이다. 10여 개 이상의 종목 선수들을 확보하고 있는 상무팀은 체전 때마다 주최시도의 요청에 따라 시도 대표를 돌아가면서 맡는다.

지난 1984년 창설된 상무팀의 공식 명칭은 국군체육부대이다. 88서울올림픽을 비롯한 역대 국제대회에 많은 선수를 출전시켜 우수한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한 상무팀은 지난해 경기도 성남시대를 마감하고 경북 문경으로 이전해 내년 한국에서 열릴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상무팀의 시도가 매년 바뀌는 것은 국내 아마농구의 열악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만 같아 씁쓰레한 느낌이다. 남녀농구가 프로화를 이루며 실업농구는 급격한 퇴보를 보여 남자팀은 상무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여자팀은 몇 개의 시청팀과 일부 실업팀 등이 ‘체전용팀’으로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상무가 고려대와 결승에서 격돌한 것은 실업부를 별도로 운영할 수 없어 대학부와 함께 편성했기 때문이다.

상무팀은 프로선수와 대학졸업 선수들이 대부분으로 선수들의 개인 면면은 우수한 기량을 갖추고 있다. 지난 10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한 오세근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아 전역을 했지만 전력은 프로팀에 견줄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이다. 하지만 상무팀의 문제점은 프로팀만큼 실제 경기를 많이 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전국체전, 종별대회, 농구대잔치, 프로-아마 대회 등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얼마 안 된다.

프로화 이전만 해도 상무팀은 입대하는 실업 선수들의 경기력 관리에 기여하고 군 특유의 패기로 삼성, 현대, 기아 등 실업 최고의 팀도 위협할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자랑했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남자팀의 프로화로 실업, 금융팀들이 대거 사라짐에 따라 맞상대할 팀이 없어져 전력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게 됐다.

대한농구협회 홍보 담당자로서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상무팀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이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저출산으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초중고교팀들이 줄어들고 있는 남자농구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마와 프로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해준 상무팀은 점차적으로 뛸 마당이 줄어들며 입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마와 따로 떨어진 채 프로농구만 홀로 클 수는 없다. 인천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중흥의 전기를 마련한 한국 농구가 체전마다 유랑극단처럼 전국 시도를 돌아가며 맡고 있는 상무팀과 같이 아마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지속적인 성장을 바란다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체전에서 반짝 주목을 받은 뒤 깊고 적막한 분위기로 빠져드는 실업 농구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상무팀은 웅변하고 있다. 동생뻘인 고려대에 패하고 축 어깨가 늘어진 상무 선수들의 모습이 한국 농구의 자화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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