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50년 넘은 낡은 집에서 산다고 가정해보자. 집이 너무 오래돼 수리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이다. 방바닥, 부엌, 화장실, 문짝 등 손볼 곳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만약에 살고 있는 사람이 제때 필요한 부분을 세부적으로 손보지 않으면 지자체서 안전문제를 이유로 ‘위험한 집’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도 있다.

현재 국민체육진흥법은 아마도 50년 이상 해묵고 낡은 집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생활체육의 개념조차 없던 지난 1962년 생활체육을 다루는 법적 근거로 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개정되기는 했지만 생활체육 전반을 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시대적,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생활체육 추진단체에 대한 존립 근거조차 명시돼 있지 않다. 국민체육진흥법에는 대한체육회의 법적 지원 근거는 나와 있지만, 국민생활체육회는 ‘기타 단체’로 분류돼 있다.

엘리트 체육을 대표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대표하는 국민생활체육회가 양대 수장과 정치권과 정부의 노력으로 통합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민생활체육회 법정 법인화를 위한 생활체육진흥법의 제정이 양대 기구 통합에 앞서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국민체육진흥법의 ‘낙후성’ 때문이다. 민법 32조에 의해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국민생활체육회는 생활체육진흥법의 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한 뒤 대한체육회와의 양 기관 일대일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논리이다.

사실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단순히 통합을 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양 기관이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면 통합 이전에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생활체육회는 현재 비록 사단법인이지만 산하의 17개 시도생활체육회 및 228개 시군구생활체육회가 단체근거가 없는 임의단체 성격이 강해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민복지에 필요한 공익사업을 추진하려해도 지역생활체육회에 대한 지원근거가 미약해 예산편성이 힘들다. 지역생활체육회는 매년 예산을 편성할 때 지방자치단체에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며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예산지원이 들쭉날쭉하다보니 사업 추진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동호인들이 공공체육시설을 이용하는 데에도 ‘체육 행사’가 아니라 ‘일반 행사’로 분류돼 시설 이용료를 최대 8배나 비싸게 지불하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 복지에 민감한 일부 지자체서는 불가피하게 생활체육진흥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상위법인 국민체육진흥법을 근거로 하고 있어 구체적이지 못하고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생활체육의 법제화는 계속 미뤄져 왔다. 제18대 국회서 국회의원 58명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으나 체육계 구조 개편 논리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생활체육진흥법은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의 대표발의를 통해 116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입법발의해 국회에 상정돼 있다. 오는 17일부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1962년 국민체육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스포츠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엄청난 변화를 보였다. 한때 돈 많고 여유있는 사람들이 즐기던 스포츠가 이제는 서민층, 장애인, 어르신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삶의 주요한 방편으로 자리를 잡았다. 즉 소수만이 즐기던 ‘선택적 복지’에서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보편적 복지’의 주요한 방편으로 확대된 것이다.

현재 입법 발의된 생활체육진흥법에는 공공스포츠클럽에 대한 지원 부분과 생활체육지도자 처우개선에 관한 내용, 학교 및 직장체육의 활성화 내용 등 우리나라 체육계가 안고 있는 과제들이 구체적으로 담겨져 이 법안이 제정되면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선순환이 이뤄져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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