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이번 주 초 같은 학회에서 활동하는 스포츠 미디어 전공학자인 성균관대 송해룡 교수로부터 귀중한 책 선물을 받았다. 스포츠와 인간 문명과의 관계를 다룬 ‘스포츠와 문명화-즐거움에 대한 탐구(성균관대 출판부 간행)’라는 묵직한 제목의 책이었다. ‘문명화 과정’ ‘궁정 사회’ 등으로 사회학계에서 잘 알려진 우리 시대의 위대한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와 그의 제자 에릭 더닝이 공동 저술한 ‘즐거움에 대한 탐구’를 독일어와 영어 원본 등을 참고해 번역한 것이다.

이 책에서 엘리아스는 전통적인 고유 스포츠의 의미와 근대적인 스포츠 행사의 사회적 의미를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사회 문화적 이론과 지식을 활용했다.

지난 3년 동안 번역작업에 힘썼던 송해룡 교수는 “이 책은 엘리아스의 스포츠 문명화 과정에 대한 논평들을 담은 국내 첫 번째 저작이 될 것”이라면서 “스포츠가 문명화 과정과 국가 형성에 어떻게 기여했는가를 역사적 사실과 함께 체계적으로 잘 구명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사회학과 철학 등에서는 스포츠를 형이하적인 영역으로 분류하고, 스포츠에 대한 형이상적인 연구가치를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스포츠를 직업으로 갖거나, 스포츠에 몰입한 이들도 스스로 사회적 아웃사이더로 의식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고 역사를 변형시킬 수 있는 동력이 부족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서양의 오랜 역사를 통해 보면 스포츠는 사냥, 수영, 싸움 등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것으로 간주돼 귀족층이나 부르주아보다는 하층민이나 프롤레타리아 층에서 주로 행해졌으며 산업혁명 이후에는 사회화, 교육화, 규범화를 도모하는 데 역할을 했다. 동양에서도 선비들이나 수도승을 중심으로 무도 형식으로 신체단련을 위한 활동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스포츠에 대한 편향되고 고정된 시각을 깰 수 있었던 것은 한정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학적 상상력의 나래를 편 엘리아스와 같은 학자들의 연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둔하게만 보였던 스포츠의 사회적, 문화적, 문명적 역할과 기여 등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하는 이론과 생각을 여러 논증과 연구물들을 통해 펼쳐 보였다.

송해룡 교수에 따르면 스포츠가 사회과학적인 의미를 갖게 되면서 스포츠는 경쟁과 협력, 갈등과 조화와 같은 사회적 관계의 속성에 관한 ‘자연적 실험실’이라는 게다. 즉 엄정한 룰을 갖춘 스포츠는 열심히 준비해 승리를 추구하되 아깝게 져도 승복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약육강식과 권모술수가 치열한 사회의 병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종교와 이념의 대립으로 야만적인 참수를 자행하는 혼란스런 중동 사태, 무고한 민간 항공기를 격추하며 영토분리와 세력 확장싸움을 벌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립, 질병과 가난으로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무참히 죽어가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기아와 병마 문제 등 지구촌은 현재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무질서한 모습이다.

스포츠는 혼탁한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소중한 인류애를 고양하고 인간사회의 참다운 질서를 가져오게 할 받침대로서 시대적 소명을 갖고 그 역할과 책무를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수많은 언어의 벽을 넘어 인류는 스포츠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하나로 뭉칠 수 있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등 매머드한 국제대회와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 다양한 종목을 통해서 스포츠는 종교, 이념, 세대, 지역 문제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을 하나의 울타리, 하나의 문화, 하나의 문명으로 모으게 한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시즌이 막을 내리며 올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지만 스포츠의 길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