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한국 스포츠가 기본종목의 절대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의 한국 메달 성적표를 살펴보면 현재의 문제점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지난 4일 끝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금 79, 은 71, 동 84개로 중국(금 151, 은 108, 동 83개)에 이어 일본(금 47, 은 76, 동 77개)을 크게 제치고 메달 종합 2위를 차지해, 아시아 스포츠 2대 강국으로서의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메달 성적의 속내를 찬찬히 뜯어보면 결코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않다. 오랫동안 지적됐던 메달 편중 현상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이번에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금메달 종목은 사격 정구 펜싱 근대5종 볼링 조정 유도 레슬링 우슈 요트 카누 승마 축구 남녀농구 여자배구 여자핸드볼 야구 등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서 기본종목인 육상과 수영에서는 단 하나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수영 대들보 박태환이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육상서도 금메달을 낚지 못했다. 중국이 수영 22, 육상 15개, 일본이 수영 12, 육상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것과 비교하면 아주 부끄러운 성적이다. 육상 경기장과 수영장은 한국 성적이 부진한 탓인지 스탠드가 텅텅 빈 모습이었다.

육상과 수영의 부진은 이번만의 일은 아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서도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으며 런던올림픽서도 약세를 보이는 등 주요 국제대회서 후진국 신세이다.
수영과 육상에서 큰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기본종목에 관심을 갖고 육성을 하지 않는 국내 엘리트스포츠의 비정상적인 시스템에 원인이 있다. 한국은 지난 1970년대 이후 메달이 가능한 전략종목을 위주로 집중적인 훈련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메달지상주의 스포츠 정책을 추진해왔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에서 양궁 사격 유도 역도 태권도 등에서 많은 금메달을 획득하며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지만 육상, 수영 등 기본종목은 크게 낙후되는 기형적인 구조를 면치 못했다.

한국 스포츠는 수영과 육상에서 간간이 대형 스타들이 출현했지만 반짝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 수영 조오련, 육상 백옥자, 1980년대 수영 최윤희, 육상 장재근 등을 거쳐 1990년대 마라톤 황영조 이봉주, 2000년대 수영 박태환 등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뒤를 유망주들이 받쳐주지 못해 이번 아시안게임서 수영과 육상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기본종목을 소홀히 하는 것은 학교 스포츠에서부터 비롯된다. 초중등학교 때 수영과 육상보다는 구기 종목이나 메달이 가능한 종목들을 선호하는 현상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일반 학생들의 학교 체육시간에도 수영, 육상의 기본 종목을 가르치기보다는 구기 종목 위주로 수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영, 육상을 기피하는 것은 종목 자체가 재미가 없는데다 자기와의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육상, 수영이 운동 수행능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기본종목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재와 같은 한국 스포츠의 무관심과 홀대는 분명 잘못된 점이다. 학교 스포츠, 엘리트 스포츠, 생활 스포츠가 균형 있고 조화롭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육상, 수영 종목의 건전한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들이 육상, 수영 등으로 건강한 생활을 즐기고, 어릴 때부터 육상, 수영 등을 통해 운동 수행능력에서 소질을 보이는 학생들은 엘리트 선수로 육성하도록 하는 선진국형 스포츠 문화가 자리를 잡아야만 한국 스포츠의 밝은 앞날을 기약할 수 있다. 기형적인 한국 스포츠의 고질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국 스포츠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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