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11월 11일 밤 잠실야구장.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은 ‘한국시리즈 제패’라는 대형 현수막을 들고 그라운드를 돌며 구름떼같이 몰려든 관중들의 따뜻한 성원에 답하며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그 다음날 신문에 낸 전면 광고에서는 ‘고맙습니다. 올 한해 그 뜨거웠던 함성, 야구팬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더 뛰고 더 땀 흘리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 팬들은 이러한 구단의 노력을 얼마나 인정했을까? 4연속 우승으로 충성도가 더 높아졌을까? 실제로는 팬들에게서 구단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결과이다.

윤천석 계명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기간 중 삼성 라이온즈 팬들의 지역적인 성향과 관심도를 알아보기 위해 대구의 대학생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연구의 목적은 지역 팬의 충성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결과는 삼성 라이온즈와 지역 팬들과의 상관관계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삼성 라이온즈를 대구 연고의 팀으로보다는 삼성그룹 팀으로 인식하는 성향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 라이온즈가 지역연고보다는 팀과 그룹 홍보를 위해 프로야구단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삼성이 이기는 것과 대구 이미지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삼성 야구단은 삼성그룹의 팀일 뿐이다”며 “프로야구는 프로축구, 프로농구와 같은 프로스포츠의 하나이며 삼성 라이온즈도 프로팀의 하나”라는 반응들이었다.

이는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보다 관중 수가 12% 늘어난 50만 5045명을 기록했지만 아직도 지역 연고팀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수년간 우승을 차지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고의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지역 팬들 사이에서 높은 충성도를 올리지 못한 것은 프로구단의 팬 확보 전략에서 크게 참고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삼성 라이온즈 등 기존 구단들은 일반 소비자들의 팬 취향이 다양하게 바뀌었으나 이를 적절하게 구단 경영관리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게 윤천석 교수의 설명이다.

과거 대량소비사회에서는 생산자가 브랜드를 구축해 상품소비를 이끌어냈다. 한때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였던 미국 포드자동차는 “우리가 만든 상품이 일상적인 비즈니스이다. 오랫동안 우리의 상품 생산계획은 곧 우리의 사업능력이다”라며 생산자가 소비자를 주도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의 취향이 변화하면서 생산자가 소비자를 주도하던 시절이 막을 내리고 이제는 소비자가 생산자를 고르는 ‘소비자가 왕’인 시대로 바뀌었다. 지금은 생산자가 좋은 상품을 만들었다고 광고, PR 등을 통해 떠들어도 소비자들의 욕구와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스마트 미디어시대에는 팬 주도의 소비사회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프로스포츠는 대표적인 서비스산업이다. 프로팀들은 팬과의 관계를 잘 해야만 팬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수입을 늘릴 수 있다. 팬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선 성적효과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지역 팬들을 위한 자선활동, 개인적 투자, 커뮤니케이션 활동 증대 등과 같은 관련 활동 등을 강화시켜 나가야 팬을 늘려나갈 수 있다.

국내 프로팀들은 이제 홍보 위주의 운영 스타일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프로팀 위주의 경영 관리기법을 도입해 고품질의 팬 자산 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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