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일요일 저녁 집에서 아내와 우연히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봤다. 평소 예능 프로그램은 미리 정해진 각본에 따라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거실에 놓인 TV를 잘 보지 않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마침 추성훈이 이종격투기 경기를 갖는 장면이 방송돼 관심을 갖고 시청했던 것이다. 추성훈이 2년 8개월 만에 이종격투기 선수로서 재기무대를 갖는 생생한 장면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20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재팬’ 웰터급(77㎏)에 출전한 추성훈이 미국 선수 아미르 사돌라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그의 아내와 딸 등 가족 이야기를 함께 편성해 방영했다.

TV 제작진이 추성훈의 경기를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던 것은 아마도 승부에 일희일비하는 프로선수로서의 비정한 삶과 선수를 둘러싼 뜨거운 가족애를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추성훈이 재기전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던 것은 링 위에서 죽어라고 뛰었던 그의 불같은 투혼과 정신력, 그의 경기 모습을 TV로 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성원을 보낸 그의 예쁜 일본인 아내 야노시호와 귀여운 딸 추사랑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었음을 이 프로그램은 보여주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은 프로그램이 방영된 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추성훈 경기, 야노시호, 추성훈 야노시호, 슈퍼맨이 돌아왔다 추성훈, 추성훈 복귀전’ 등 많은 추성훈 관련 검색어가 잇달았다. ‘뉴스엔’ 등 연예 전문 인터넷 미디어 등서도 ‘슈퍼맨 가족의 반전 울컥’ 등의 제목을 달고 프로그램 내용을 상세하게 전했다.

등장인물을 통해 그들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가운데서 ‘상남자’ 추성훈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이 갖고 있는 운동선수로서의 진정성과 가족 사랑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재일동포로서 한국으로 귀화를 추진하다가 무산된 뒤 일본 국적을 갖고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유도 금메달을 획득하며 극적인 재기에 성공한 추성훈은 유도에서 은퇴한 뒤, 이종격투기 선수로서 야성미 넘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최고의 파이터로 이름을 날렸다. 추성훈은 일본의 유명 모델 야노시호와의 결혼으로 화제를 뿌렸으며 작년부터 재치있는 입담과 모습을 보여준 딸 추사랑과의 알콩달콩한 부녀이야기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동안 대부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위적인 무대설정과 이야기로 출연자들의 자기만족적인 독백과 내용 등을 전해주었던 것과 달리 추성훈을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은 운동선수로서의 실제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면서 큰 차별성을 과시했던 것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을 만하다.

예측불허의 승부로 대중들로부터 강한 정서적 관계를 이루고 있는 스포츠는 많은 즐거움과 오락적 요소로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해 ‘스포테인트먼트(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로 변환하면서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게 세계적 추세이다. 특히 스포츠만이 갖고 있는 스토리의 진정성은 불확실하고 고독하며 혼탁한 삶을 대중들에게 믿음과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할 만하다.

추성훈을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은 가족 간의 사랑을 바탕으로 해 도전, 경쟁, 열정, 사랑, 건강 등을 표방하는 스포츠만이 추구하는 가치를 잘 구현한 ‘스포테인먼트’ 포맷으로 새로운 영역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단순한 승패에 집착하지 않고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잘 전파해주는 추성훈과 같은 스포츠 스타의 일상적 삶을 그대로 전해주는 스포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자주 방영됐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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