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주말, 천안 국립중앙청소년 수련원에서 올 겨울방학 동안 동남아 국가에서 해외 봉사단으로 활동하는 남녀 대학생 150여 명을 상대로 특강을 했다. NGO 단체인 (사)태평양아시아협회(PAS) 주관으로 청년해외봉사단 연수회 및 발대식을 겸해 열렸는데 전국 대학에서 선발된 남녀 학생들은 태극기가 새겨진 봉사단 유니폼 조끼를 입었다. PAS는 지난 1994년 설립된 해외봉사단체로 지난 20년간 동남아와 몽골, 네팔 등 아시아 국가 등을 상대로 한국의 문화, 전통 스포츠 종목 등을 소개하며 환경 미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다. PAS는 1960년대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인생의 2년을 개도국에서 봉사해 세계평화에 기여하자”는 캠페인으로 시작한 평화봉사단의 한국판 민간단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건국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레슬링 양정모의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했고 지난 10년간 PAS 회장을 맡고 있는 정동구 전 한국체대 학장의 추천으로 특강을 맡게 됐는데 특강의 제목은 ‘자아를 발견하는 봉사의 리더십’으로 정했다. 다소 추상적인 주제였지만 학생들이 알기 쉽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봉사활동을 하게 될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4개국과 대한민국에 대한 국력 비교를 스포츠를 통해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스포츠 국력의 성장사가 이들 국가와의 비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20세 초반의 학생들이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것으로 경제, 정치, 역사뿐 아니라 스포츠도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필자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인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대한민국의 스포츠 국력은 이들 국가들에 비해 결코 우월했다고 할 수 없었다. 태국은 전통의 국제축구대회인 킹스컵 대회를 개최한 동남아의 축구 강국이었다. 태국은 1970년 과도한 개최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대한민국이 반납한 아시안게임을 대신 개최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1962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해, 1986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대한민국보다 24년이나 앞섰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한때 북한과 이데올로기 전쟁을 치렀던 대한민국처럼 이념 때문에 내전을 겪었던 국가였으나 축구 등으로 1960년대 대한민국과 활발한 교류를 했었다.

경제적으로 열악해 시대가 가난했던 이 시기 스포츠는 대한민국의 자랑거리였다. 킹스컵에서 축구대표팀이 태국, 말레이시아 등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밤늦은 시간 라디오 생중계를 찍찍거리는 스피커 소음에도 불구하고 기쁜 마음으로 들었다. 방콕아시안게임 등에서는 북한 등을 제치고 일본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하기를 바라며 초조하게 금메달 소식을 기다리다가 수영의 조오련, 역도의 원신희 등의 금메달에 전 국민이 환호하기도 했다.

이후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통해 서울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에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과 비교해 본다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서울올림픽 이후에 태어난 학생들은 부모 세대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오늘날 풍요로운 생활을 구가하고 있는가를 대한민국 스포츠가 걸어온 역사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특강을 정리하면서 “여러분이 배워야 할 것은 많습니다. 학교 공부는 지나고 나면 잊어버릴 수 있지만 우리의 역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어떤 역사를 걸어왔고, 현재 어떤 모습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깊게 생각해야 합니다”며 대한민국 스포츠는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영광과 도전의 역사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맹자가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즐거움이 ‘군자삼락’의 하나라고 한 뜻을 실감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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