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출처: 뉴시스)

 

청와대 예방해 朴대통령 면담
세월호유족·위안부할머니 위로
아시아청년·장애인 만나 대화

전용헬기로 서울-대전 오가며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일정 소화
한반도 평화 메시지 이목 집중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25년 만에 이뤄지는 교황 방한에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온 국민, 나아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는 곳마다 큰 화제를 몰고 다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함에 따라 교황이 전할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14일 입국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까지 4박 5일간 서울과 대전, 충청도 등을 돌며 일정을 수행한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의 공식 목적은 대전과 충남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이다. 그와 함께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124위 시복식 행사도 공식 초청자만 20여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행사라 이번 방한의 중심 행사라 할 만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요 방한 일정은 아시아 청년대회와 시복식 외에 마지막 날 명동대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등을 들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용기를 타고 13일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을 출발해 14일 오전 10시 30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항에서 직접 교황을 영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히고, 그러나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행사가 있을 것이기에 공항에서는 특별한 행사나 예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날인 14일 교황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개인미사를 드리며 일정을 시작한다. 숙소인 주한교황청대사관은 두 번이나 한국을 방문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지냈던 곳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한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의 방에서 그가 쓰던 침대와 옷장을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교황은 이날 오후 3시 45분 청와대를 예방해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하고, 청와대 충무홀에서 주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할 계획이다.

방한 이틀째인 15일부터는 전용헬기로 서울과 대전‧충남 등을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기상청은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과 충청을 비롯한 전국에 하루 종일 비가 내릴 것이라 전해, 대부분의 행사는 우천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15일 오전에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신자들과 함께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한다. 이 미사에는 특별히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초대된다. 교황은 미사 강론을 통해 유족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이어 교황은 대전가톨릭대에서 아시아청년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친교를 나눈 후, 성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인 솔뫼성지를 방문,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가한 아시아 청년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사흘 앞둔 11일 오후 순교자 124위의 시복식이 열릴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대형 십자가가 설치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16일에는 서소문 순교성지를 방문하고 이어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미사’를 집전한다. 시복식 후에는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아 장애인들을 만난다. 이곳에서 한국 수도자 4000여 명과의 만남도 준비돼 있다.

17일에는 충남 해미순교성지를 방문해 아시아 주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이어 해미읍성에서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이번 아시아 청년대회에는 총 23개 국가 약 2000명의 청년들과 약 4000명의 한국 청년 신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에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명동대성당에서 봉헌한다. 이 미사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미사를 마친 후 오후 12시 45분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식을 끝으로 교황은 바티칸으로 떠난다.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이 이번 방문에서는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이탈리아어나 스페인어가 아니라 영어로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꽃동네에서는 짧게 한국어를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때부터 한반도 평화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지막 날 미사에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 산하 바티칸라디오는 지난 9일(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일정은 잡혀 있지 않지만 한반도 분단과 화해 문제는 교황 방문 기간 내내 가장 중심적인 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라디오는 또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한 이후 25년 만에 교황의 한국 방문이 이뤄지게 됐다”며 “역대 교황의 세 번째 아시아 순방이며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후 세 번째 해외 방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검소하고 겸손한 언행으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방한에서는 어떤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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