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준비위원회 문화행사 분과(분과위원장 박규흠 신부)는 8~19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평화화랑에서 ‘일어나 비추어라’를 주제로 ‘124위 순교자 시복기념 및 교황방한 특별전시회’를 연다. (사진출처: 뉴시스)

자발적으로 학문으로 들여와 성장… 100년간 박해받아
교황, 세월호 유족․위안부 할머니․쌍용차 해고자 등 만나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로마 교황청이 한국천주교회에 대해 “자발적 태동과 순교는 한국교회만의 특별함”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각) 로마 교황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평신도에 의해 시작한 한국교회는 상당히 역동적이며 순교의 역사라는 특별함이 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열린 이번 기자회견에서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이 대전교구 유흥식 주교의 초대에 응답해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고 말하면서도 한국교회의 중심 행사는 순교자 124명의 시복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외국 선교사가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고자 한 한국 학자들이 신앙의 기초를 찾아 공부하면서 시작됐으며, 수많은 순교가 있었다”면서 “이 두 가지에 한국천주교의 특별함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복자품에 오르는 124명의 순교자는 1984년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성인품에 올린 한국의 첫 사제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103위에 앞선 1세대 신자들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천주교는 롬바르디 신부의 말처럼 외부에서 선교사가 들어와 신앙을 전한 것이 아닌, 한국 내에서 자발적으로 태동해 신앙이 성장한 특별한 케이스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며 성리학에 대한 비판과 실학사상이 대두되면서 ‘서학’으로 천주교 교리가 들어오게 됐다. 중국을 통해 들어온 천주교 교리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학문으로 성장했고, 18세기 후반부터 신앙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승훈과 이벽이 천주교 신앙을 전파하고 세례를 주면서 성장하기 시작한 가톨릭 신앙은 100여 년간 조선의 박해를 받게 된다. 이 기간 순교자 수는 1만 명을 헤아려 가히 한국천주교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라 할 만하다.

롬바르디 신부는 이번 교황 방한 때 “박 대통령이 공항에서 영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는 14일 교황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영접할 것으로 보이며,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행사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공항에서는 특별한 행사나 예식은 없을 예정이다.

청와대 행사에 관해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이 박 대통령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것이며, 공직자들과도 만남이 이뤄진다”며 “이때 한국에서의 첫 번째 연설을 한다”고 전했다.

15일 대전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때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족의 만남이 준비돼 있다.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은 생존자들과 함께할 것이며 유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의 평화 메시지와 관련해 “한국이나 아시아의 많은 젊은이들이 노동, 세속화, 물질주의, 신앙, 문화 등에서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교황께서 이런 문제와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적절한 답변을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이 이번 방문에서는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이탈리아어나 스페인어가 아니라 영어로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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