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주는 검소함과 겸손함에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교황은 신앙적인 면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인간적 면모로도 가톨릭 신자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검소한 새교황, 겸손으로 개혁 이끌다

로마 가톨릭교회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는 2013년 3월 13일 저녁 8시 22분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새 교황은 모피로 된 붉은 모제타(로마가톨릭의 고위 성직자가 착용하는 짧은 망토)를 걸치지 않았다. 교황을 상징하는 빨간구두도 신지 않았고 가슴엔 금제 십자 가 대신 평소 착용해 오던 철제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줍은 듯 인사말을 건네며 “저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한 후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있던 수만의 신자들에게 첫 강복을 주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자신을 교황 대신 ‘로마의 주교’라고 부르라며 몸을 낮 췄다. 교황 선출식에서 한 번도 없었던 새 교황의 겸손한 모습에 전 세계가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새 교황이 선택한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빈자의 성인’으로 불리는 프란치스코는 개혁이라는 용어조차 사용하지 않고 교회의 모든 스펙트럼을 아우르면서 수세기에 걸쳐 일어난 쇄신의 단초를 열었던 인물이다. 그것은 변화의 상징이었고 가난한 교회에 대한 요청이었다.

프란치스코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교황 관저 대신 여행자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머물면서 다른 신부들과 저녁을 먹는다. 이름난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명품’ 수단 과 구두, 십자가 대신 옛날 자신이 쓰던 것들을 그대로 쓴다. 전용 리무진 대신 걷거나 작은 차를 타고, 걸핏하면 일반 사람들과 스킨십을 나눈다. 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안으로 개혁을, 밖으로 낮은 곳을 향하다

2013년 3월 14일 교황은 즉위 첫 미사 강론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십자가 없이 나아가고, 십자가 없이 교회를 세우고, 십자가 없이 그리스도를 고백한다면 우리는 주님의 제자가 아니다”며 “십자가를 지고 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속적으로는 사제요, 주교요, 추기경이요, 교황일 수 있지만 주님의 제자들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가톨릭교회가 물질적 어려움을 겪는 사회 주변부로 가야 한다고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꿈꾸며 낮은 자세로 낮은 곳으로 향하는 그의 행보에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그는 또 배척과 불평 등의 경제, 지배하는 금융제도에 대해서도 선을 긋고, 가톨릭교회 내부의 잘못된 일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교황은 “일부 관습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복음을 전하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며 “두려움 없이 이러한 것들을 재고해야 한다”고 교회 개혁을 촉구한다.

그는 2000명에 불과한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고자 방한을 결정했다. 낮은 곳을 향하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분단국가 한반도를 찾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기간(14~18일) 종교·정치·사회 등 각계각층 주요인사와 청년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세계인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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