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세기 판화로 제작된 마틴 루터 초상화. 털 한 올까지 세밀하게 판화작업 돼 사진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낸다.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사진과 흡사, 정교한 그림 ‘신의 경지’
털 한 올까지 세밀하게 판화작업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18세기 판화로 제작돼 사진과 흡사한 마틴 루터(1483~1546)의 그림이 최초로 공개됐다.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으로부터 본지는 16세기 종교개혁자인 마르틴 루터의 그림을 입수했다. 그림 속 루터는 밍크 털로 보이는 망토를 걸치고 있으며, 신부들이 입는 의상인 로만 칼라를 입고 있다. 루터가 입고 있는 로만 칼라는 보편적인 것과는 다른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사진인지 그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이며, 더 놀라운 것은 판화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특히 망토의 털 하나하나와 눈동자가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데, 자세히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엄연히 칼로 섬세하게 긁은 흔적들이 보인다.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게 판화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이 그림은 독일 라이프지역에서 발간된 성경책 중간에 삽입된 영본이며, 제작년도는 1865년이다. 당시 성경 책표지는 가죽양피로 돼 있어 고급이었고 무게는 2.7㎏ 나간다. 독일 라이프지역은 특히 인쇄기술이 대단히 뛰어난 곳인데, 이 그림은 인쇄를 하기 위해 동판에 판화작업을 한 것이다. 사진으로 말하자면 필름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성길 관장은 특이한 성경책을 많이 수집했었는데, 그중에서도 이같이 뚜렷하게 나온 루터 모습이 들어간 성경책을 얻은 것이다. 당시에는 발행부수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시중에는 거의 찾기 어렵다고 정 관장은 말한다.

이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 정 관장은 처음엔 사진인 줄 알았지만, 돋보기로 확인한 후에야 판화인 것을 알았다고 한다. 정 관장은 “그림을 보면 음각과 양각이 다 나오고 있으며, 옷에 털 하나까지 세밀하게 파서 사진효과를 낸 판화는 미술계에서도 매우 놀랄 정도로 신의 경지라 할 수 있다”고 감탄했다.

이어 “이처럼 가장 정교하고 뚜렷하게 그려진 루터 그림은 지금껏 살면서 본적이 없으며, 세계 어디에도 별로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한편 루터는 1517년 10월 31일 교회가 면죄부를 파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 등이 담긴 ‘95개조 반박문’을 독일 비텐베르크대학교 부속 교회당정문에 게시함으로써 종교개혁의 불씨를 지폈다. 이후 부패한 가톨릭교회에 대해 비판을 가했던 마르틴 루터는 1542년 1월 3일 교황 레오 10세로부터 파문을 당한다. 마르틴 루터의 성직 박탈과 그가 전개한 활동은 프로테스탄트 즉 개신교의 탄생을 가져왔다.

정성길 명예관장은 “교회마다 성경의 가르침이 변질돼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신자들에게 성경의 귀중함을 보여주고 싶어 공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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