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원판 필름. Picasso-Man with an all-day- sucker, 1938- Chrysler’ Coll. 피카소, 막대사탕을 가진 남자, 1938년 크라이슬러 미술관 소장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유리원판 필름. Picasso, Pablo, 1881-1913 Sleeping peasants. (colored ink or crayon) 파블로 피카소, 잠자는 농부들, 제작연도는 1881-1913으로 추정. 잉크 혹은 크레용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채색 원본 흑백필름에 담아
칼라 그림 작품과는 다른 매력
소실 혹은 소장자 알 수 없어
소실됐다면 작품 가치 상승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파블로 피카소(1881-1973). 그의 작품이 유리원판 흑백필름에 담겨 보관돼 오다가 최초로 공개됐다.

본지는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으로부터 유리원판 흑백필름에 담긴 피카소의 작품 2점을 입수했다. 날카로운 듯 하면서도 선이 살아있는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피카소표 작품이다.

특이한 점은 채색되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피카소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이 채색된 작품들이다. 하지만 유리원판에 담긴 작품에 채색이 없는 것은 흑백 필름 그대로 담았기 때문. 성화 작품은 대체로 선교용, 홍보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원본 그대로 채색된 것이 많다. 그러나 피카소 작품은 이 같은 용도와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채색된 그림을 흑백필름으로 찍어서 남긴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유리원판 컬러 필름 기법에 주목해야 한다. 당시 필름은 감광도가 매우 낮은 건판으로 0.2mm 유리판에 감광재료를 바른 후 젤라틴 막을 입혀 촬영하면 실상과 반대인 네거티브(음화)로 찍혀지고 이것을 다시 실상과 같은 포지티브(양화)로 반전시킨 후 그 위에 원색에 가까운 칠을 해 컬러 유리 원판으로 만들었다.

쉽게 말하면 현품을 찍어 나온 유리로 된 흑백필름에 붓으로 색을 칠했고, 그 위에 유리를 덧씌워 ‘샌드위치형’으로 만든 것이다. 이 컬러 유리원판 필름에는 고흐, 피카소 등의 명화 작품 뿐 아니라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렘브란트 거장들의 성화 작품이 들어가 있는데, 현품과 워낙 흡사하게 제작돼 있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정성길 관장은 약 70점의 피카소 작품이 담긴 유리원판 필름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중 채색된 작품은 서너 점 정도라 한다. 정 관장은 “피카소의 채색된 작품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채색한 것이고, 나머지는 당시 19세기 초가 흑백필름 시대이다 보니 원본 컬러 그림이 흑백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이는 마치 옛날 흑백 졸업사진처럼 아련함과 진실함을 보여주는 것 같지 않냐”고 되물었다.

또 그는 “피카소는 상품화하기 위해 그림을 주로 그렸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그의 작품이 많이 퍼져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소실됐는지 혹은 누가 소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유리원판 흑백필름으로 보여진다는 점에서 피카소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피카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산치오 라파엘로를 계보를 잇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당대 최고의 화가로 손꼽힌다. 기교, 독창성, 해학이라는 측면에서 천재성을 인정받았으며 동시대를 살았던 20세기 화가들은 그의 그늘에 묻혔을 정도로 피카소의 작품성은 독보적이었다. 그의 독창적이고 때로는 도발적인 작품들은 동시대 화가뿐 아니라 후대 화가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피카소는 ‘전설의 무희’ 최승희와도 인연이 깊다. 파리 공연 당시 그의 춤에 매료돼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최승희가 출국하는 날 공항까지 나와 직접 선물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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