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2725프로젝트 카페에서 영화 ‘명량’ 김한민 감독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한민 감독.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최민식‧류승룡, 내공 가진 배우들… 정통 사극 통해 검증
주옥같은 명대사는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
이순신 붐을 통해 단절된 사회 통합되길 희망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기존 드라마나 영화에서 판타지적으로 그려진 영웅의 대표적인 인물로 묘사됐던 이순신. 그러나 영화 ‘명량’에서는 누구보다 처절하게 눈물지으며 장수로서 겪는 고뇌와 그 속에서 피어난 충절을 담아 현실성을 높였다.

여기에 최민식‧류승룡 등 베테랑 연기자들의 주옥같은 연기투혼은 그동안 영상매체에서 접했던 이순신과는 다른 모습을 띄었다.

오로지 성웅의 기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혼돈의 군란에서 강인한 장군의 모습 뒤에 희망과 절망, 용기와 두려움, 리더십과 외로움 등 폭넓은 진폭의 감정을 ‘명량’에서는 표현하고 있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과 맞서 싸웠던 명량해전을 통해 김한민 감독의 메시지를 들어보자.

Q: 영화 ‘명량’에 등장하는 주옥같은 명대사. 심장이 먹먹할 정도다.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이순신 장군이 실제로 명량대첩에서 주옥같은 어록들을 남겼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데 오늘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등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장군의 어록들이다.
이러한 어록이 나올만한 개연적인 상황을 영화적 표현으로 끌어냈고 또 그 상황에 맞는 대사를 만들다 보니 그 부분에서 명대사들이 나왔던 것 같다.
영화의 어록 중에서 실제 장군이 쓴 어록이 아닌 것도 있지만 당시 상황을 전개하는 상황에 맞는 대사가 등장하면서 많은 감동을 주고 있는 것 같다.

Q: 류승룡이 연기한 왜군 용병 ‘구루지마’를 비롯해 왜군 장수들 캐릭터가 화려하다. 마치 만화 속 캐릭터같이 느껴진다.
지금 일본의 코스프레가 강하니깐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 실제 당시 복장을 보면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보다 더 화려하다. 자료조사 중 금장식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어패류를 이용한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한 왜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에 축소되고 잘못된 표현방식은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는 개연성에서 벗어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강렬해도 그들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

Q: 애드리브가 강한 배우 류승룡으로 인해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애드리브? 전혀! 류승룡은 정극에서는 절대 애드리브 하지 않는다. 코미디물에서는 그의 자연스러운 애드리브를 볼 수 있지만 정극에선 선을 지키며 연기하는 것이 류승룡이다.
그런데 ‘명량’에서 애드리브 한다고 하면. 우선 일본어를 알아야 할 수 있을걸?(웃음)

Q: 기자시사 후 영화가 공개되면서 ‘최민식만이 이순신을 감당할 수 있다’라는 호평이 끊이질 않는다. 이순신 역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앞서 말했듯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허투루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에 내공을 가진, 당시 장군과의 연령대가 비슷한 배우로 최민식이 떠올랐다. 최민식과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Q: 영화 초반에 이순신 장군이 꿈에 침통함 속에 혼령들과 술을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그야말로 ‘대박’적인 장면이다. 어떻게 나오게 됐나.
아! 이 기자는 그 장면이 마음에 들었구나?(웃음). 꿈과 이순신 장군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역사적으로 보면 장군이 결정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선몽 즉 예지몽을 꾼다. 명량해전 하루 전에도 장군의 일기 속에 어떤 선인이 나타나 싸움의 승패를 일러주는 꿈을 꾼다. 영화는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영화적 요소로 이어갔다.

Q: 역사 삼부작을 목표로 ‘명량’까지 작업해왔다. 왜 역사 삼부작에 도전하는가.
우리 역사를 보면 인류사적으로 혹은 세계사적으로 가치 있는 정신들이 많이 있다. 특히 우리가 심한 국란을 겪을 때마다 선조들의 빛나는 정신들이 역사에 배여 있다.
일제 때도 독립투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대형 광장에서 의거를 일으킬 수 있었으나 목적을 두고 타깃에만 의미를 두고 움직였다. 원칙과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역사에 관한 관심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있었다. 일부러 영화 쪽 일을 시작하면서 역사인식이 생긴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관심을 둔 분야가 영화 쪽으로 흘러 넘어온 것이 아닐까 싶다.

Q: 관객의 평가만이 남았다. 영화 ‘명량’ 개봉을 앞둔 심정은?
이순신 장군 붐이 일었으면 좋겠다. ‘명량’이 장군의 붐을 일으키는 데 하나의 단초 내지는 초석이 됐으면 싶다. 이순신 장군의 붐이 불면서 단절되고 갈등이 많은 사회에 통합과 치유의 시간이 마련되길 원한다.
또 사회 공동체 유대라는 지점에 중요한 아이콘으로써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이러한 것들의 단초가 되는 영화로 ‘명량’을 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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